이번 사건은 단순히 폴크스바겐의 눈속임 문제가 아니라 디젤차의 배출가스 처리장치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동안 미국에서 디젤차가 인기가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디젤차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하고, 시끄럽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생산된 제너럴모터스(GM)의 브랜드인 ‘올즈모빌’ 디젤차에 대한 안 좋은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휘발유보다 경유(디젤) 가격이 더 비싸다는 점도 미국 소비자들이 디젤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했다. 이런 까닭에 현재 미국의 자동차 소유자의 3%만이 디젤차를 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이는 700만~800만 대에 불과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디젤차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바뀌어왔다.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미국에서조차도 판매량은 서서히 늘고 있으며,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도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이는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디젤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동안 디젤 자동차 회사들은 ‘클린 디젤’ 마케팅을 통해 디젤차가 보다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며,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란 점을 부각시켜왔다. 이런 노력은 디젤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이어졌다. ‘디젤 테크놀러지 포럼’에 따르면 디젤 차량 구입 의사를 밝힌 소비자들의 비율은 2006년 13%에서 2015년 40%로 증가했다. 사정이 이러니 최근 터진 폴크스바겐 스캔들 소식은 그야말로 디젤 자동차 업계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폴크스바겐의 눈속임 문제가 아니라 디젤차의 배출가스 처리장치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BMW 3시리즈나 벤츠 E 클래스, 지프 랭글러, 쉐보레 크루즈 등 다른 디젤차들 역시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빌트>는 “사실 검사 결과 BMW X3도 질소산화물을 법적 기준치보다 11배 더 많이 배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현재 BMW 측은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태를 가리켜 “폴크스바겐 스캔들의 진정한 승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라고 평한 <와이어드닷컴>은 “지금 당장 디젤차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머지않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의 경우, 아직은 배터리와 모터의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결국 이 문제도 극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의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으로 결국 디젤 엔진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스캔들을 지켜본 독일 일간지 <디벨트> 역시 “디젤 연료의 시대는 곧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