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지TV <와랏테 이이토모>에 출연했을 당시 모습.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목소리는 음성변조해 신분을 감췄다. 작은 사진은 8월 25일 중국발 금융쇼크 때 cis가 올린 거래 평가 손익이 370억 원이라는 내용의 트위터 글.
워낙 예측력이 뛰어나다 보니 “혹시 미래에서 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떠돌 정도다. 일본 금융권에서도 일찌감치 그를 ‘증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주목한 상태.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본명조차 베일에 감춰져 있다. 미스터리한 개인투자가 cis의 정체를 쫓는다.
지난 8월 24일. 중국발 증시 폭락 여파로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전 세계 투자가들이 아비규환에 빠진 가운데, 한 남자가 실로 믿기 힘든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오늘은 1시간에 120억 원을 벌었다.”
cis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일본인 남성이었다. 36세의 개인투자가인 그는 심하게 출렁거렸던 8월 하순의 증권가 시세를 정확히 읽어내 24일부터 25일까지 약 400억 원의 이익을 획득, 총자산이 2000억 원을 넘겼다. 이 소식은 일순간 퍼져나가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분당 2억 원을 벌어들이다니 차원이 다르다”는 부러움의 글부터, 개중에는 “제자가 되고 싶으니 만나달라”며 애원하는 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데이트레이더 10년 경력의 cis는 일본의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카리스마적인 존재다. 그러나 동시에 소문과 억측의 대상이기도 하다. 본명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고, 직접 거래하는 것이 목격된 적도 없다.
딱 한번 텔레비전 생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2011년 후지TV <와랏테 이이토모>라는 프로그램에 ‘주식으로 1000억 원을 번 남자’로 출연했는데 그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음성변조 된 인터뷰가 다였다. 당시 cis는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최근 70억 원의 빌딩을 구입했다”는 등 서민은 꿈도 못 꿀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2014년에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마켓>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잡지에 따르면, cis가 처음부터 갑부였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던 cis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투자기법은 데이트레이드, 스윙트레이드와 같은 단기매매였다. 이렇게 그가 10년간 벌어들인 돈은 1600억 원에 달한다. 또 “2013년 한 해 동안만 약 17조 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잡지는 전했다.
‘큰손이니 만큼 분명 고도의 분석 기술을 통해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기 쉽지만, 일본 주간지 <주간포스트>와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의 투자전략은 의외로 심플하다. “사람들이 사는 주식을 사고, 팔리는 주식을 판다”는 지극히 단순한 전략을 관철해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관련서적이나 경제신문을 구독하지 않으며, 기업의 실적보고서 및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발표문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대화방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매수-매도 스크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300종목을 유심히 관찰할 뿐이다. 이는 “정보에 현혹돼 쓸데없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그의 관찰력과 직관력이 남달리 빼어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도박에 숙련된, 뼛속까지 갬블러”라고 표현했다.
그는 “게임을 통해 빨리 판단하고 결정하는 법, 위기일 때야말로 주위를 냉정히 살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자세가 투자를 성공시킨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지금도 비어 있는 시간은 좋아하는 온라인게임을 하며 보내는 일이 잦다.
그렇다고 cis가 늘 주식투자로 이익을 낸 건 아니다. 처음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놨던 20대 중반에는 주로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적인 재무상황) 등을 토대로 과소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매매했었는데 손해를 많이 봤다. 이후 펀더멘털 분석은 깨끗이 관뒀다. 지금은 오직 그때그때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가격 변동만을 보고 판단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마켓>은 “주식을 할 때 흔히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데 cis는 이를 피했다”고 분석했다. 도박사의 오류란 ‘동전을 던져 앞면이 연속으로 나왔다면 다음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선 사건과 지금의 사건은 서로 독립적이어서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 돈을 잃었으니 다음번에는 돈을 딸 것으로 기대해 그 판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심리를 뜻한다.
cis는 “중국 경기둔화로 세계경제가 침체된다느니 그런 이야기는 잘 모른다. 오히려 관심도 없다. 매매할 때는 거래량과 가격변동을 보고 시세를 읽을 뿐이다. 기본 전략은 언제나 ‘매수세가 있는 종목을 사고, 매도세가 있는 종목은 판다’는 것이다. 큰 이익을 거뒀던 지난 8월에는 ‘다들 공포에 휩싸여 팔지 않겠느냐’고 예상해 역발상 투자를 한 전략이 적중한 덕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위키피디아 재팬>에는 cis의 자산 동향 데이터가 올라오는 등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뜨거운 관심사로 부상했으나 사생활은 여전히 베일에 꽁꽁 싸여 있다. 그나마 최근 어렵게 그와 인터뷰에 성공한 <주간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cis는 마른 체격에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억만장자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한다.
아내와는 인터넷에서 알게 돼 결혼했고 슬하에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또 자신의 얼굴과 실명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극히 꺼리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공갈이나 협박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덧붙여 cis는 “일 년 생활비는 대략 40억 원 정도다. 머리만 괜찮다면 60세까지의 자산은 1조 원이 목표”라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즐거운 일이 생긴다면 주식투자는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여유를 보였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