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시민단체가 갬코 사업과 관련, 강운태 전 시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강 전 시장도 무고·명예훼손 혐의로 시민위 관계자 등을 고발하면서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사진은 광주시청사 전경.
‘갬코’는 민선 5기 강운태 시장 재임시절 문화산업정책의 일환으로 3차원 입체영상 변환기술 개발을 목표로 광주문화콘텐츠법인(GCIC)와 미국 측 K2AM이 만든 한미합작 법인이다. 광주시는 GCIC를 통해 1100만 달러를 K2AM에 지급하기로 하고 650만 달러를 이미 송금했으나 K2AM 측의 기술력 부족 논란이 일자 지난 2012년 9월 검증 끝에 사업 무산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선투자금 650만 달러와 소송비용, 투자법인(GCIC)설립 자본금 30억 원 등 110억 원 중 단돈 4억 원만 건지고 시민혈세 106억 원을 날려 국제 사기사건으로 비화됐다.
이후 광주시의회특위조사, 감사원 감사, 검찰의 2차례 수사를 거쳐 GCIC 김 아무개 전 대표 등 3인은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김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강 전 시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운태 전 광주시장
실제 김 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갬코사업의 실질적 최고 의사 결정권자는 강 전 시장’, ‘김 씨가 미국 측 파트너인 K2AM에 투자자금을 송금한 행위는 강 전 시장의 허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강 전 시장의 지시를 받거나 그와 상의하면서 송금행위를 했다’ 등의 표현으로 공모 정황을 적시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검찰이 2012년 12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김 씨와 강 전 시장의 공모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씨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뒀던 것과는 정반대다. 당시 김 씨는 검찰에서 K2AM 측에 투자자금 송금 등 핵심적인 사업 진행상황을 강 전 시장에게 주로 구두보고하고 승낙을 받아 송금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구두로 보고했다는 김 씨의 주장만으로 강 전 시장의 공모 여부를 판단하기 부족했다’며 사건을 접었다.
또한 시민위 등은 강 전 시장이 3D변환 소프트웨어 구매 과정에서도 업무상 배임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전 시장이 2011년 7월 K2측이 보유하고 있다는 3D변환 원천기술이 실제로는 러시아 YUV소프트사의 상용소프트웨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이 소프트웨어를 국내 업체를 통해 우회 도입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예산 1억 2650만 원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년 전 강 전 시장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해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에 직면했던 검찰은 캐비닛에 잠든 사건기록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경우 강 전 시장이 김 씨의 투자자금 송금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와 최소한 자금 송금이 부당하다는 점을 알고도 사업을 계속 추진하도록 하거나 묵인했는지에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사기 논란이 일었던 갬코 사무실 전경.
그러나 혐의 입증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강 전 시장의 ‘배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배임이란 임무에 어긋난 행위로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단, 고의가 아닌 과실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 강 전 시장이 K2AM의 기술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사업을 추진했어야만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검찰은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시장이 사전에 K2AM의 기술력 수준을 정확히 알았으리라 추측하기도 어려운 대목이다. 설사 사전에 알았다하더라도 그 사실을 부인한다면 입증은 전적으로 검찰의 몫이다. 문제는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강 전 시장 등을 추가로 사법처리할 경우 또 한 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무혐의 처분을 하면 부실수사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검찰로서는 출구전략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곤혹스럽기는 강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강 전 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광주 남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수사방향에 따라 강 전 시장의 정치적 유·불리도 예상된다. 유독 이번 법정 공방에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강 전 시장의 반발은 즉각적이고도 거세다. 강 전 시장은 시민위의 고발이 있던 날(9월 23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시민위 관계자를 고발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실제 강 전 시장은 이틀 후인 9월 25일 광주지방검찰청에 자신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시민위원회 위원 8인과 4개 민간단체 대표를 명예훼손 및 무고죄로 고소했다. 강 전 시장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갬코 사건의 본질은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자금 집행을 허술하게 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례나 검찰의 수사 결과 시장 등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갬코위원회 등에서 또 다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시민을 빙자한 초법적이고 반시민적인 분열적인 책동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광주시 또한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히는 갬코사업이 쟁점으로 재등장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이 강 전 시장의 잘못이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광주시정의 어두운 면이 도드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양 측의 법적 공방을 지켜보는 시각도 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의혹제기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에 재선을 노린 지방자치단체장의 지나친 의욕이 막대한 재정손실과 행정낭비를 불러왔다는 세간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갬코사건은 그동안 광주시 안팎에서 일어난 의혹과 파장이 워낙 컸던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갬코 사건 파장의 끝은 어디쯤일지 광주시민들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