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 백정이 소를 제일 잘 잡고, 요리사가 요리를 잘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차피 의료적인 문제는 의사(전문직)의 의견이 일단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다만 이것을 행정적인 문제로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메르스 사태의 경우) 평택에 환자가 발생해 의료적인 지침을 근거로 행정적인 조치가 바람직하지만 초기에 갑자기 발생해 우왕좌왕한 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정부차원에서 비난을 받았다. 정부차원은 정부차원이고 경기도 차원은 도 차원대로 대비를 하자고 남경필 지사가 의지를 가지고 했던 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발생 초기 경기도의 여러 지역에선 메르스 환자를 받으면 안 된다는 등 님비현상 같은 난리도 많았지만 현장 가서 많이 부딪치고 격론을 벌이는 등 결국 주변 주민들의 협조로 그나마 결과가 좋았다.”
-아쉬운 대목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이번 사태로 아쉬운 점은 무엇보다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는 의사로서의 자존심 상실이었다. 경기도의료원의 경우 수원병원이 센터였으나 150여 병상 규모라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치료를 할 수 없는 기본 한계가 있어 환자를 국립중앙 의료원과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나중에 너무 먼 관계로 대처방법을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지만 향후 경기도 산하의료원 중 수원병원만은 중증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정도의 의료 시스템을 갖추도록 준비 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장비나 인력보충, 현 의료진의 발전도 있어야 한다. 또한 경기도나 정부차원에서 백서를 만들고 우리는 그것을 수렴해 현장에서 문제점을 수합하고 의료원 나름의 백서를 만들 것이다. 병원 규모 역시 100병상 정도를 더 키워 능력을 보유할 계획이다. 작은 가게에 온갖 것 다 갖다 놓을 수 없듯이 어느 정도 규모를 만들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도록 여러 부분을 보완하여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한다.”
-일각에서는 경기도의료원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100%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봐도 잘못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게 종합적으로 평가, 관찰되어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 잘못된 점을 벌하기 위해서라기보단 더 나은 개선방안을 찾는 기초적인 자료로 이용한다면 평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료 환경에 대한 급박성 등을 인정하고 평가한다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대부분 민간 주도로 공공의료는 10%뿐이다. 당연히 의료의 질, 전문성도 민간병원이 높다. 그렇지만 이번 같은 일은 의료 자체가 공공성이긴 하나 공공병원의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했던 사태라고 본다.”
-앞으로 경기도의료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경기도 산하 의료원이 향후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처를 미리 할 수 있도록 6개(북쪽 셋, 남쪽 셋)병원의 권역을 31개 시군에서 의료 접근성을 가지고 나누려 하고 있다. 말만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라고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위한 역할 분담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 의료원이 경기도 도민의 의료는 정말로 책임져 주는, 민간병원이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하는 등 의료의 최저 그물망이 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실제로 지난 8월부터 매달 6개 병원 원장이 함께 6개의 병원을 돌며 현장 회의를 하고 소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립병원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노하우를 가지고 특징이 분명한(도농형 등) 경기도 6개 병원을 공공병원의 롤모델로 만들어 전국 33개 공공병원이 역할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경기도가 큰 기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