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폴크스바겐 빠’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끈 폴크스바겐 운전자들의 전언이었다. 그런데 지난 9월 18일 미국발 기사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폴크스바겐의 리콜 사태를 계기로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처리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이 실제 도로 주행시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사실을 발견하고 48만 2000대의 디젤차량에 대한 리콜명령을 내렸다. 폴크스바겐 해당 차종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기준치의 10~4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끄면 어떻게 될까? 첫째 연비가 좋아진다. 둘째 유독한 배기가스가 대량 유포된다. 디젤의 배기가스는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건강과 환경에 위협적인 물질이다. 결국 연비 좋은 클린 디젤은 없던 이야기였을까.
자동차업계는 디젤차의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디젤 연료의 장점인 휘발유 대비 높은 연료 효율을 살리면서 유독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따라서 지난 9월 시행된 유로6의 핵심은 ‘배기가스 처리 기술’에 있었다.
디젤은 구조상 휘발유보다 완전 연소되기 어렵다. 하지만 유로6은 디젤차의 기준치를 휘발유차와 비슷하게 상향조정했다. 입자상 물질(PM)은 1㎞ 달릴 때마다 5㎎으로 휘발유차와 디젤차가 동일하고, 질소산화물도 주행거리 1㎞에 디젤차가 80㎎으로 휘발유차(60㎎)에 못지않다. 이에 따라 디젤차에 부착되는 DPF, SCR, EGR 등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에는 이런 저감장치를 모두 장착한 차량이 늘고 있다. 그만큼 가격도 올랐다.
DPF란 ‘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약자로 말 그대로 디젤 분진 필터다. DPF는 현재 가장 좋은 입자상물질(PM) 저감 기술이다. 장착 시 매연을 50~8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5에서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DPF를 달아 PM이 획기적으로 감소되었다.
하지만 DPF는 관리 상태에 따라 차량의 연비와 성능이 좌우될 수 있다. 통상 1년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하거나 청소해야 한다. 그래서 불법으로 DPF를 탈부착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DPF로도 초미세먼지는 안 잡힌다.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은 배기가스 중 일부를 재순환하는 장치다. 이번 폴크스바겐 사건에서 문제가 된 장치다. EGR은 엔진에서 연소된 배기가스의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되돌려 보내 재처리하는 방식의 기술로, 북미지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EGR은 디젤 엔진의 연소 효율이 낮아지면 질소산화물 발생이 감소하는 원리를 응용해 배기가스를 흡기다기관에 공급해 연소실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을 줄인다.
하지만 EGR라인과 흡기관이 막히기 시작하면 진동소음, 연비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략 5만㎞에서 10만㎞ 정도 주행 후 점검 및 흡기클리닝을 하는 것이 좋다.
지난 2012년 현대기아차가 문제가 됐던 것도 이 장치를 작동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한 거였다. 폴크스바겐이 소프트웨어로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를 그냥 외부로 방출시킨 점, 현대기아차가 고속 주행 시 배가가스 재순환 장치가 동작하지 않도록 세팅한 것은 자사 차량의 연비와 엔진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속인 것이었다. 이번 폴크스바겐 조작 사건은 실험실에서 배기가스 측정할 때만 EGR을 작동시킨 것이다. 반면 실주행시에는 EGR이 작동하지 않아 연비와 성능은 좋아지지만 배기가스를 뿜고 다닌 것이다.
SCR은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의 약자로 선택적 촉매환원 장치다. 암모니아 성분(요소)을 이용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변환시키는 방식으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식이다. SCR은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한 뒤 SCR 촉매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냉각수 탱크처럼 별도의 요소수 탱크를 설치해야 하고 부족하지 않도록 꾸준히 채워줘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번 폴크스바겐 조작 파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배상액도 천문학적이고 독일 브랜드라는 것도 문제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기술 강국, 우직함의 대명사 독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발표 시점도 묘하다. 유로6이 발효된 9월이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듯 또 다른 힘겨루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이번 조작 파문에서 보듯 한 기업의 이윤에 대한 과욕이 나라 전체의 이미지를 해칠 수도 있다.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