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청계재단에 6억 원을 기부했다. 다스는 2010년에 주식 1만 4900주(약 101억 원어치)를 기부했다. 한국타이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고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 씨가 전무로 있다. 사실상 이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데 한국타이어마저도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해인 2012년부터는 기부금을 중단했다. 이후로 청계재단 기부금 수입은 ‘전무’하다. 통상 기부금 모집에 적극적인 여느 장학재단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청계재단 이사회 회의록. 영일빌딩 매각건부터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감사 임명건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오른쪽은 2011 청계재단 결산서로 다스 주식 1만 4900주가 전액 ‘재산증자 목적’으로 되어 있다.
통상 재단의 기부수입은 ‘목적사업 기부’와 ‘재산증자 기부’로 나뉘는데, 재단의 재산을 불리는 재산증자와는 달리 목적사업은 ‘장학금’ 용도나 기타 재단의 목적 사업을 위해 기부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주식을 기부한 이 전 대통령 처남 고 김재정 씨의 부인 권영미 씨(다스 3대 주주)가 서명한 기부문서에는 ‘설립 취지를 생각하고 재단 발전을 위함이며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된 것에 있다. 기부 목적이 재산증자 사업이 아닌 목적사업이 우선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타이어에서 기부 받은 현금 6억 원에 대한 처리 과정도 석연치 않다. 청계재단은 6억 원을 기부 받으면서 기부증서도 쓰지 않은 채 마치 개인간 현금 거래처럼 계좌 이체된 통장사본만 보관해 온 것이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청계재단의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요구를 한 바 있다. 결국 “청계재단이 목적에 맞지 않게 재단 재산을 불릴 용도로 기부금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사실상 기부금 모집에 손을 놓은 상황에서 청계재단의 수입은 건물 임대료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한 가지 숨통은 있다. 다스가 2012년부터 주식 배당을 시작한 것이다. 다스 주식 1만 4900주를 보유한 청계재단은 2012년 1억 3112만 원, 2013년에는 1억 1920만 원, 2014년에는 1억 3410만 원을 배당 받았다. 그렇기에 매년 장학금 규모는 줄어들었다는 점이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런 와중에 청계재단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청계재단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2012년 단기금융상품에 1억 원을 투자한 뒤 매년 투자액을 늘려 2014년에는 ‘7억 834만 원’을 투자했다. 이에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예금 금리가 낮아 수익성을 높이려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장학재단이 아니라 ‘투자회사’ 아니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청계재단을 둘러싸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력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청계재단이 임명한 신임 감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청계재단 이사진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집사로 불리던 김 전 총무비서관을 감사로 만장일치 추대했다. 이에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은 벌써부터 파다하다. 이 사무국장은 “김백준 전 비서관이 감사가 된 게 맞다. 문제될 소지는 없다”라고 일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