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패밀리가 떴다 장혁재 PD, 무한도전 김태호 PD, 1박2일 나영석 PD, 골드미스가 간다 김재혁 PD, 연애시대 안범진 PD,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성치경 PD. | ||
리얼버라이어티 대표 3인방
“기획의도 자체가 연예인이 아닌 ‘예능이 주인인 프로를 만들자’였던 만큼 유재석을 제외한 멤버들은 소위 말하는 B급으로 구성됐다. ‘패밀리가 떴다’는 1류 연예인들이고 ‘1박 2일’은 인기가수가 포진했지만 우리는 콘셉트 자체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3년 전 시작한 <무한도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이야 이런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지만 그 시초는 단연 김태호 PD다.
아이디어의 귀재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디어보다 내용을 어떻게 풀어 가는 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김 PD는 “올해는 드라마, 스포츠 등 다른 방송분야와의 협력을 주제로 해 지난해 가을 스포츠국에 멤버들의 올림픽 해설 활동을 허락받았다”며 “그 일환으로 레슬링, 핸드볼, 에어로빅 등을 했다”고 말한다. 또한 지난해 <무한도전> 달력 수익금 중 일부를 어린이 핸드볼 선수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고.
비록 인기가수들이 멤버로 있지만 ‘1박 2일’ 역시 ‘미완의 가능성 있는 인물’이 캐스팅 기준이었다. 처음 ‘준비됐어요’라는 코너로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예능에 ‘끼’가 있되 아직 꽃을 못 피운 사람을 기준으로 섭외했다. 예능에서 검증됐던 MC몽 역시 1년간 활동을 쉬면서 예능 트렌드가 바뀌어 리얼리티 적응을 위해 섭외됐다고.
<무한도전>, ‘1박 2일’과 달리 걸출한 예능인과 톱배우들이 포진된 ‘패밀리가 떴다’는 어떻게 멤버 구성을 하게 됐을까. 장혁재 PD가 촬영으로 바빠 인터뷰를 대신한 남승용 CP는 “타 프로는 개그맨과 가수의 조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차별화 방안을 생각하다 배우를 섭외했다”며 “김수로는 이미 예능에서 유명한 배우였고, 이천희와 박예진은 몇 년 전부터 예능 프로 게스트로 나오는 모습을 보며 가능성이 보여 점찍어뒀었다”고 말한다.
세 PD들이 겪은 올 한 해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뭘까. <무한도전>의 김 PD는 “좀비 특집도 재밌었지만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가 가장 기억에 남고 또 하루 찍어서 3회 분량이 나와 예산을 줄였다고 칭찬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1박 2일’은 공익과 예능의 조합을 시도했던 ‘백두산’ 에피소드를 꼽았다. 나영석 PD는 “백두산은 법적으로 중국 땅이라 중국 공안이 지켜보는데 맘 놓고 시끄럽게 떠들 수가 없어 남한 삼면의 물을 모아 뿌리자는 상징적 이벤트를 생각했다”며 “공익성이었는데 MC몽의 담배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문제가 됐었지만 보람을 느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반면 ‘패밀리가 떴다’의 남 CP는 모든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며 방문한 집에 없었던 도구나 음식 등을 적극 조달해준 각 동네 이장님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한 방송 초기 내로라하는 톱스타 MC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인기 예능프로지만 경쟁 상대도 쟁쟁한 만큼 뺏어오고 싶은 MC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모두 입을 모아 “우리 MC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대신 섭외 희망 연예인으로 김 PD는 “안전하게 가려고 익숙한 얼굴을 많이 찾는데 나는 기존 MC 말고 새로운 예능인을 찾고 싶다”고 답했고, 나 PD는 “초기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김종민”을 꼽으며 “제대 후에도 우리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으면 제대하는 날 당장 데리고 오고 싶다”고 애정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패밀리가 떴다’의 남 CP는 얼마 전 게스트로 초대됐던 차태현을 꼽으며 “순발력도 뛰어나고 자질도 넘쳐 욕심은 나는데 지금의 인원 구성이 최대”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올해 예능계를 평정한 세 프로는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이에 대해 <무한도전>은 “너무도 많다. 기대해 달라”며 궁금증만 유발시켰다. ‘1박 2일’은 지방을 돌아다니는 콘셉트인 만큼 “고향이 지방인 원빈, 고두심, 문근영 등의 연예인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함께 가 그들의 시각에서 보는 ‘1박 2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패밀리가 떴다’의 남 CP는 “얼마 전 ‘패밀리 밴드’를 결성해 공연했던 것처럼 방문한 마을을 위한 공익적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막 뛰어든 연애버라이어티 3인방
가상 설정 부부인 ‘우리 결혼했어요’를 빼면 ‘리얼연애버라이어티’는 <스친소>, ‘골미다’, <연애시대>가 삼파전을 이루고 있다.
그 중 6명의 쟁쟁한 여자 스타들이 포진해 있는 ‘골미다’는 유부남인 김재혁 PD를 제외하고 스태프들이 대부분 여자일 뿐 아니라 모두 골드미스라서 ‘골미다’의 분위기가 더 잘 살아나고 있다.
처음 ‘골미다’를 기획할 당시 김 PD는 30대 이상의 여자 연예인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각보다 많이 결혼한데다 애인 있다고 선언한 30대가 많아 섭외가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염두에 뒀던 골드미스 대표 주자 예지원은 이미 예능프로에서 끼를 보여줬지만 고정은 처음이라 부담스럽다며 거절하다 삼고초려 후에야 출연을 결정했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어떻게 ‘맞선남’을 선정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멤버 6명의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결혼정보회사 못지않은 세세한 자료를 토대로 선정한다”고 답한 김 PD는 “결혼정보회사, 인터넷 동호회 및 클럽, 의사 등 전문직은 협회의 도움을 받아 맞선남을 찾는다”고 말했다. 또 맞선남으로 출연했던 출연자가 다른 맞선남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현재 맞선남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이는 신봉선. 김 PD는 “개인적으로 통화, 문자는 하지만 둘 다 바빠서 방송으로밖에 만난 적이 없다”며 “그래도 두 분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예인의 소개팅이 아닌 연예인 친구들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스친소>는 대표 선남선녀인 이휘재와 현영을 필두로 ‘친구가 많다’는 데 가산점을 얻은 붐이 보조 MC로 기용됐다. 주선자가 아니면 보조 MC가 설 자리가 없는 까닭에 매주 붐의 친구들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친구가 아닌 연예인 지망생이 설정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치경 PD는 “일반인 소개팅 때 친한 친구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듯 붐 친구들도 ‘지인’의 개념이다”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소개팅이다 보니 해프닝도 많다. 일례가 제주도 촬영 때 출연했던 안선영 친구. 방송 당시 다른 출연자보다 인기가 덜해 선택받지 못할까 걱정이 많았던 그 친구는 결국 최종 결정전에 울어버리고 말았다고. 그걸 본 안선영도 함께 울면서 녹화 못하겠다는 상황까지 연출됐단다.
그런가 하면 너무 조심스러워 어긋난 커플들이 방송 후에 만나기도 한다. 성 PD는 “예를 들어 나는 A가 좋은데 A는 다른 사람 찍을까봐 가능성 높은 B를 찍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랬다가 A가 나를 찍어 어긋나는 경우가 있으면 나한테 와서 전화번호 달라고 조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대가 전혀 마음이 없는데도 PD를 찾아와 연락처를 달라고 조르기도 해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고.
스타들의 무전 데이트와 일반인들의 몰래카메라를 방영하는 <연애시대>는 VCR이 중점이 되는 프로다. 그래서 과감하게 강성연을 섭외할 수 있었다. 안범진 PD는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찾던 차에 우연히 매니저를 통해 강성연이 예능에 관심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보통 배우들은 대본 플레이를 하다 보니 순발력이 떨어지는데 강성연은 기지가 뛰어나 섭외했다”고 말한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어 흐뭇하다고.
<연애시대> 주력코너인 무전데이트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럭셔리한 이미지가 아닌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코너로 데이트 비용이 6300원이다. 이 액수는 한 조사기관 설문 결과에서 20~30대 커플의 평균 하루 데이트 비용이 6만 3000원인 것을 10분의 1로 줄인 가격이다. 방송 초에 연예인들이 개인기를 통해 공짜 밥을 먹는 모습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안 PD는 “보통 우리가 가는 음식점에서 일반인들이 공짜 밥을 달라고 해도 주는 편이다”며 “연예인이란 특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연애버라이어티를 보여줄 이들의 내년 계획은 어떨까. ‘골미다’는 “양정아가 내년에 꼭 결혼하겠다고 선포한 만큼 특집으로 멤버의 결혼을 다루고 싶다”며 “또한 멤버들의 이상형인 지현우, 송승헌 등을 절실하게 캐스팅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친소>는 “우선 주선자로 장동건부터 섭외하고 싶다”며 “스타의 가족, 스타의 연예인 동료 등의 특집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연애시대>는 “기혼·미혼 스타들이 말하는 나의 프러포즈 비결, 사랑의 과정 등을 연예인 본인이 재연하는 코너를 시도할 예정이다”며 “이덕화 등 중견연예인의 무전데이트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