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장수할까. 장수 기업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장수 기업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혁신을 계속한다. 1년, 2년이 아니라 10년, 20년 단위로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계획을 세우며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
둘째, 장수 기업은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 있는 한 기업은 쓰러지는 일이 없다. 일본의 경우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고유 기술을 발전시켜 승계하면서 장수하는 가족기업이 많다.
셋째, 장수 기업은 기업이 고객에 상품을 팔아 기업주의 이익을 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종업원, 투자자, 협력업체, 지역사회와 상생을 하는 기업가 정신을 지닌다. 어느 기업이건 사회발전을 추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잃으며 경제 불안의 피해를 유발한다.
승승장구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필름회사인 코닥은 20세기 사진산업의 대명사로서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회사였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은 그런 회사가 존재했는지조차 모른다. 반도체의 등장과 함께 필름산업이 순식간에 소멸됐다. 변혁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다.
핀란드의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의 추락은 예측불허였다. 수년 전만 해도 노키아는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생산업체로서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았다. 그러나 애플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노키아는 몰락의 운명을 맞았다. 혁신을 게을리 하고 기존 제품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지엠은 중대형 위주의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연비가 높은 소형차를 앞세운 일본 자동차에 밀려 미국시장까지 내 주는 수모를 겪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여 자기혁신을 등한시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언제 연쇄적으로 쓰러질지 모르는 생존의 기로에 섰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기업들의 추격으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휴대전화, 전기, 전자 등의 대기업들이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엔저의 공습이 거세다. 이에 따라 경제가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가 되어 기력을 잃고 있다. 개혁과 변화에 등을 돌린 대가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 막는 것이 불법 내지 편법 세습이다. 우리나라 부의 세습은 일본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일본의 기술 세습은 기업수명을 연장하지만 우리나라 부의 세습은 기업수명을 단축한다.
경제가 안팎의 위기에 휩싸였다.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경영을 개방하고 혁신을 꾀하는 지배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나라 발전의 원동력을 다시 발휘해야 한다. 쓰러지는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기업가 정신의 회복이 절실하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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