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운전기사 등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은 2형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일요신문 DB
얼마 전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직업에 따라 걸리기 쉬운 질병들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비행기 조종사, 교사, 치과 의사 등 꿈의 직업이라고 알려져 있는 인기 직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직업이건 오래 서서 근무할 경우(미용사, 간호사, 교사, 외과의사 등)에는 하지정맥류를, 그리고 반대로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사무직, 운전기사 등)에는 2형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직업이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그리고 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개해 본다.
# 제빵사
런던 로열 브롬튼 병원의 폴 컬리난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 몸은 밀가루를 들이마실 때 밀가루의 단백질 성분을 침입자로 인식한다. 때문에 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면서 “보통 제빵사들은 일을 시작하고 처음 한두 해 동안 이런 증상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 제빵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일을 하는 장소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제빵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천식에 걸리는 사람이 드문데 이는 공장에서는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식 발병 확률이 높은 곳은 베이커리가 입점해 있는 슈퍼마켓이다.
그럼 집에서 빵을 구울 경우에는 어떨까. 이에 대해 컬리난 교수는 “지금까지는 집에서 빵을 굽다가 천식이 발병해서 내원한 환자는 딱 한 명 있었다. 그 환자 역시 사실은 빵과 케이크를 굽는 제빵업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집에서 간간히 빵을 구울 경우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천식에 걸릴 확률이 높은 직업들로는 동물을 다루는 직업이나 미용사 등이 있다. 이는 염색약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을 주기적으로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 미용사
미용사는 제빵사와 마찬가지로 천식에 잘 걸리는 편이다. 이는 염색약, 파마약 등에 함유된 화학성분에 주기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보통 피부염은 잘만 치료하면 금세 증상이 완화되지만 이처럼 알레르기 반응인 경우에는 화학약품에 다시 접촉될 경우 쉽게 재발한다. 가령 염색약을 바르거나 머리를 손질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미용사들은 장시간 서있는 직업의 특성상 발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는 족저근막염이 있다.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앞쪽까지 이어지는 섬유띠인 족저근막에 반복적으로 손상이 가해져 발생하는 염증 증상으로, 이런 경우 발뒤꿈치에 통증이 발생한다.
# 교사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면 성대 결절로 발전할 수 있다. 맨체스터 로열 병원의 발성 전문가인 야부쿠 카라가마는 “가수들도 성대 결절을 많이 호소하긴 하지만 사실 교사들만큼은 아니다. 교사들은 가수들에 비해 올바른 발성법에 대해 따로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라가마는 “성대 결절 증상이 나타났다면 반드시 올바른 발성법을 배워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차도가 없을 경우에는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대를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종종 다른 목소리 톤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목 근육을 편안하게 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클립 형태의 마이크를 꽂고 수업을 하거나 운동장에서는 호루라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카스텔로는 “목구멍의 위생 상태도 중요하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구강과 목구멍을 마르게 한다. 또한 후두에 끈적끈적한 점액을 유발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성대가 올바르게 진동하려면 목 근육이 부드러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 비행기 조종사
꿈의 직업 가운데 하나인 비행기 조종사는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악성 흑색종을 조심해야 하는데 주된 이유는 태양계 바깥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방사선인 우주 방사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는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셰길 박사는 “확신할 순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단순히 더 높은 고도에서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강한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유해한 방사선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오존층은 비행기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셰길 박사는 비행기 조종사들이 피부병을 앓는 주된 이유가 다른 데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름이 아니라 비행 목적지에 도달한 후 하는 행동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나는 피부암에 걸린 많은 항공사 근로자들을 치료해왔다. 그들은 뜨겁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목적지로 날아가서는 며칠 동안 그곳에서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된다. 그리고 때로는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미처 상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다시 비행을 해서 그런 과정을 반복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처럼 간헐적으로 태양 광선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탈 수 있다. 이런 경우 훗날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2005년 아이슬랜드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행기 조종사들은 백내장의 가장 흔한 형태인 핵백내장에 걸릴 확률이 다른 직업들보다 세 배 더 높았다. 이는 백내장이 햇빛에 많이 노출될 경우 발병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치과 의사
치과의사
대개는 등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경직 증상이 나타나는 데 이런 경우 훗날 등이 과도하게 굽는 증상인 척추후만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위험하다. 마고는 “척추가 경직되면 결국 목과 허리까지 경직된다. 시간이 지나면 관절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화물차 운전사
화물차 운전사들은 벨마비(안면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운전석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영국 안면신경마비협회 의학고문이자 성형외과 전문의인 찰스 은두카는 “사실 벨마비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안면 신경에 염증이 발생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한 연구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사들은 왼쪽 얼굴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운전석 창문을 통해 왼쪽 얼굴이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의학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린 한 화물차 운전사의 사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28년 동안 화물차를 몰았던 이 미국인 남성의 왼쪽 얼굴은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으며, 곰보 자국과 함께 피부가 늘어져 있었다. 이에 비해 오른쪽 얼굴은 정말 깨끗한 상태였다.
이밖에 일반적인 유리창 역시 자외선을 충분히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 노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셰길 박사는 “사무실에서도 같은 이유로 창가 자리에 앉을 경우 피부가 손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인명구조원
소음에 주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각이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전동공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헤비메탈 밴드 멤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내 체육관이나 수영장에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가령 체육교사나 해양인명구조원들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력이 손실될 수 있다. ‘액션 온 히어링 로스’ 자선재단의 청능사인 젬마 트위첸은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 안에서 울리는 소리는 반사되어 더 크게 들리게 마련이다. 수영장 안에서 소리가 더 크게 웅웅 울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환경에서 하루 종일 일할 경우 청각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인 85데시벨 이상의 소음 속에서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덧붙였다.
트위첸은 또한 이런 이유에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을 포함한 모든 음악가들의 경우에는 리허설을 하거나 공연을 할 때 반드시 이어 플러그를 꽂고 연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음이 시끄러울수록 청각은 더 빨리 손상된다. 하지만 장기간 반복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오케스트라 소리도 매우 시끄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선원
주로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은 익상편과 같은 눈 질환을 쉽게 앓을 수 있다.
익상편은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렬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는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지방에서 잘 발생한다. 때문에 실내보다는 상대적으로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BMI 프라이어리 병원의 안과 전문의인 로버트 스콧은 “바다에 반사되는 강렬한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간호사
영국에서는 매년 약 1000명가량의 간호사들이 직업병의 일종인 접촉성 피부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다른 직종의 평균보다 일곱 배 더 높은 수치다.
가장 큰 이유는 비누와 세정제로 손을 자주 씻기 때문이다. 또한 젖은 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밖에 보호장갑 속의 라텍스 성분이나 화학성분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피부가 간지럽거나 따끔거리는 등 발진 증상이 일어난다.
피부과 전문의인 바브 셰길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병원에서 라텍스 장갑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들은 라텍스 장갑을 주로 착용하고 있는 게 현실. 이밖에도 라텍스 장갑을 주로 착용하는 직업들로는 청소원이나 정원사들이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알코올 또는 마약 중독이 될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의사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위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는 직업 특성상 갖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