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차량(S63 AMG)을 리스한 한 남성이 ‘시동 꺼짐’에 대한 불만을 참지 못하고 골프채로 차량을 파손하는 모습이다. 유튜브 캡처.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자동차의 치명적인 문제는 대체로 원인 불명이다. 몇 년 동안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급발진 사고가 그 한 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어이없이 운전자의 과실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안 밝히는 것인지 못 밝히는 것인지. 문제는 운전자 누구에게나 이런 불행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 중 시동 꺼짐은 급발진 못지않은 재앙이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2억 원대 벤츠 차량(S63 AMG)을 리스한 A 씨가 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겠는가. 문제는 원인이 불명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소비자원의 ‘자동차 시동 꺼짐 상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동 꺼짐 상담건수가 2012년 293건에서 지난해 695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시동 꺼짐의 79%가 도로 주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신고자 1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시내도로 65건(50.8%), 고속도로(14.1%), 시외곽도로 18건(14.1%), 기타 27건(21%)로 드러난 것이다.
시동 꺼짐 신고자 128명은 어떻게 수리를 했을까. 128명 중 85명(66.4%)은 무상으로 수리를 받았다. 그러나 37명(28.9%)은 유상수리를 받았다. 교환 또는 환불 받는 소비자는 6명(4.7%)뿐이었다.
수리를 받았으면 더 이상 시동이 꺼지지 않았을까? 52건(40.6%)은 더 이상 시동이 꺼지지 않았으나 59건(46.1%)은 시동이 계속 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7건(13.3%)은 차량을 매매 또는 폐차 처분했다.
달리는 차의 시동이 갑자기 꺼지면 핸들, 브레이크 등 기본 장치의 기능이 없어진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목숨은 물론 다른 차량에게까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형사고와 같이 주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행 중 내 차의 시동이 꺼질 수도 있고 앞차의 시동이 꺼질 수도 모른다. 이런 중대한 결함임에도 현행 기준은 시동 꺼짐이 차량 인도 1개월 이내 2회 이상, 1개월 이후 4회 발생해야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 길 위에서 1개월에 두 번 이상 죽다 살아나야 바꿔준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규정인지 씁쓸하다. 사람을 위한 규정이 아닌 것임에는 틀림없다.
소비자원의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17건의 매매 또는 폐차도 문제다. 만약 운전 중 시동 꺼짐이 밝혀지지 않고 매매가 된다면 목숨을 담보로 한 중고차를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의 결함 말고도 사람의 욕심으로 인한 위험은 또 있다. 흔히 대포차로 불리는 차다. ‘대포차’가 서울시에만 31만 대 이상 운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서울시내에 30만 8621대(누적 기준)의 대포차가 운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의무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되지 않은 차 15만 2560대, 자동차 검사를 3년간 받지 않은 차 15만 6061대를 합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찰 등에 신고된 대포차는 4879건에 불과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범칙금 부과(1031건), 번호판 영치(100건) 등에 그쳤으며 형사고발은 한 건도 없었다.
대포차가 위험한 건 사용자와 등록자의 명의가 다른 차라는 것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기에 위법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다. 그들이 도로 위의 무법자인 것이다.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