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남산골한옥마을 기획사업인 <예술, 한옥을 품다>의 일환이다.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1세대 전위 예술가들인 김구림, 이건용, 성능경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세 명의 작가들은 한옥마을의 마당과 한옥에 머물며 한 달 간 영상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남산골한옥마을 입장료 및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프로젝트 기간 중 금요일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참가비 15,000원).
남산골한옥마을은 개화기부터 존재했던 서울 곳곳의 한옥을 이전⋅복원하여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짧게는 70여 년부터 길게는 100년을 훌쩍 넘은 남산골 한옥들은 이번 전시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의 전시 공간 겸 작업실이 될 예정이다.
한옥마을 마당에서는 김구림 작가의 설치미술 <Yin and Yang>이 전시된다. 김구림 작가는 마당에 있는 우물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현할 예정이다.
이건용 작가가 사용할 장소는 윤씨 가옥이다. 전시 제목은 <폭발과 피난민과 동거시대>. 한옥이 제공하는 환경과 작가의 현재진행형 작품 간의 콜라보레이션 상태를 관객과 유지하는 것을 작품의 접근방식으로 삼았다.
성능경 작가가 선택한 곳은 김춘영 가옥이다. 작가는 이곳에서 퍼포먼스와 작품 전시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제목은 <사색당파(四色黨派)-특정인과 관련 없음>으로, 작가의 1977년 작 <특정인과 관련 없음>의 주제를 조선 말기 사색당파와 연결지어 ‘소통불가능의 시대유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남산골한옥마을 전시 <한국미술의 거장 3인의 동거동락(同居同樂)>에 참여하는 김구림⋅이건용⋅성능경 작가는 모두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초창기를 이끌었던 ‘1세대 전위 예술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김구림 작가는 1950년대 후반부터 회화를 비롯하여 오브제, 해프닝, 대지미술, 바디 아트, 비디오 등 미술의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왔을 뿐 아니라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화 <1/24초의 의미>는 지난 9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스타오디토리움극장에서 3일간 상영되기도 했다.
이건용 작가는 평면미술이 주류를 이루었던 1970년대 한국 미술계 속에서 ‘탈 평면’을 시도했던 몇 안 되는 작가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장면과 해프닝에 주목하며, 재료와 관념에 구속되어 있던 미술을 보편적인 실존의 세계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능경 작가는 1970년대부터 일찍이 개념미술에 눈을 떴고, 우리 사회 곳곳에 기형적으로 굳어있는 권력과 권위를 해체하는 작업을 30여 년간 지속해 왔다. 특히 미디어와 사진매체, 퍼포먼스를 이용한 전위적인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한국미술의 거장 3인의 동거동락(同居同樂)> 전시가 시작되는 10월 14일(수)과 매주 금요일에는 작가와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10월 14일 첫날에는 작가들과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고, 매주 금요일(10월23일, 10월 30일, 11월 6일)에는 한 명의 작가와 일반 시민들이 함께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다.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그의 작품 세계 및 전시의 의미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15,000원. 선착순 마감이며 참가비에는 식사와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