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씨는 정말 순종의 몸에 이상이 있는지 시녀와 동침하게 하고는 문밖에서 반응을 살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민 씨는 답답한 마음에 안에 대고 물었다.
“그래, 되느냐?”
방 안에서 시녀의 목소리가 힘없이 들려왔다.
“아니, 아니 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마마 ’
-462쪽 ‘순종 이척’ 중에서
<야사로 읽는 조선왕들의 속마음>은 은폐되고 왜곡될 수 있는 정사(실록)에 맞서 같은 야사 속 조선 왕들의 자취를 따라가며, 정사가 담아내지 못한 그들의 속마음을 엿본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27명 왕의 행보에 맞게 야사가 자연스레 흡착되어 있다. 곳곳에 현재를 조명해볼 수 있는 풍자와 해학을 쉼표처럼 놓아두어 읽는 재미와 생각거리를 더했다.
소맷자락에 쇠방망이를 숨긴 채 함흥에서 돌아온 태조, 살기 위해 동생 이방원의 눈치 보며 격구와 유흥으로 소일한 정종, 조선의 대표 악녀인 어머니에게 회초리까지 맞아야 했던 명종, 쫓아낸 광해군을 쉽게 죽이지 못하고 병자호란으로 굴욕과 치욕을 겪은 인조….
파란곡절의 왕위를 이어온 그들은 정사로 가려진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했을까?
이원준 지음. 이가출판사.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