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원 안 사진은 게이사우나 거울에 붙어있는 경고 문구.
루리웹, 보배드림, 뽐뿌, 클리앙, MLBPARK 등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에서 ‘서울 4대 사우나’로 유명한 곳이 있다. 강남에 두 곳이 있고 강북에 두 곳이 있는데 기자가 찾은 강남 소재의 사우나는 40대 이상인 동성애자들의 은밀한 만남이 이뤄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루 평균 수십만 명의 유동인구가 드나드는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성추행 신고가 잦은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지난 13일 밤 기자는 문제의 사우나를 찾았다. 겉보기엔 대중목욕탕인 XX남성전용사우나다. ‘24시 남성전용사우나’ 네온사인 간판이 빛나고 있어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강남 소재 게이사우나는 성추행 신고가 잦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목욕탕에 있던 남성들의 시선은 보다 과감했다. 기자의 중요부위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몸을 애무하듯 손으로 쓸어내리며 음흉한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맥반석사우나 안에 있던 건장한 체격의 40대 남성은 아예 사우나 문을 열어둔 채 기자의 동태를 살폈다. 허리가 굽어 바닥에 주저앉아 때수건으로 세신하던 80대 할아버지만이 기자의 등장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욕탕을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을 때 흰머리가 무성한 한 남성이 뒤따라 나왔다. 불편한 시선이 신경 쓰여 멀찌감치 떨어져 마저 몸을 닦아야만 했다. 슬슬 다가오는 기색이 느껴지자 거울 앞으로 다가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시늉을 했다. 거울에 부착된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동성연애자나 변태스러운 행동을 하며 수면을 방해하는 사람은 즉시 퇴실과 함께 성추행범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게 되오니 각별히 주의하시고 당 업소에 출입을 금합니다’는 내용이다. 수면실 입구에도 같은 내용의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동성애자의 출입이 얼마나 잦은지 예상해볼 수 있었다.
수면실의 문을 열자 낯선 이의 출입에 흠칫 놀란 남성 서너 명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수면실 안에는 대략 20여 명이 나체인 채로 다닥다닥 누워있었다. 대부분 수건으로 성기를 가리고 있었으나, 한두 명은 발기된 성기를 과감히 노출하고 있었다. 그들의 틈에 누워 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됐기에 들어가지 못한 채 문을 급히 닫아버렸다. 목욕탕에 있던 80대 할아버지가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수면실로 들어갔다.
위층의 수면실에는 1인용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제법 안전한 듯 보였다. 더구나 2층 구조라 70명이 옆 사람의 수면 방해 없이 편히 잠들 수 있어보였다. 여기저기서 코 고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양 옆이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 자리 잡고 누웠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어딘가에서 ‘탁탁탁’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여 소리의 정체를 짐작해보니 살이 부딪히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여성의 신음소리만 들리지 않을 뿐 야동에서 접했던 소리와 같았다. 이내 수면실에 누워있던 남성들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중년 남성 네다섯 명이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성교를 나눈 이들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소리가 멈추자 주변에 몰려있던 중년 남성들이 수면실에 누워있는 남성 한 명 한 명을 살폈다. 자신의 먹잇감을 찾아나서는 듯한 모양새였다. 한 중년 남성은 핸드폰 조명을 밝혀 누워있는 이의 얼굴부터 몸까지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목욕탕에서 마주쳤던 건장한 체격의 40대 남성이 기자의 옆 자리에 누웠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긴 했으나 10여 개의 기둥으로 된 칸막이였기에 언제든 옆 사람의 신체 일부가 침범할 수 있었어 안심할 수는 없었다.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로 눈을 감고 있기를 한참, 기자를 향해 돌아누운 남성의 왼손이 칸막이 틈으로 들어왔다. ‘제발, 제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지만, 그는 기자의 신체에 손을 가져다대지 않았다.
한동안 중년 남성들이 수면실을 배회했고 도무지 여기서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한 기자가 사우나를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수면실에는 짝을 이뤄 서로의 몸을 애무하는 몇몇 남성 커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를 에워싼 남성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잔뜩 겁에 질려 허겁지겁 자리에서 뛰쳐나왔다. 수면실 입구 쪽에 있는 쓰레기통 주변에 쭈글쭈글한 콘돔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사물함을 열어 허겁지겁 옷을 입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다가와 “이런 데인 줄 모르고 왔어요?”라고 물었다. 흠칫 놀란 표정을 짓자 “여기는 이반(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들이 많이 오는 곳이에요”라고 설명해줬다. 간혹 지하철 등이 끊겨 휴식을 취하러 온 취객들이 깜짝 놀라서 도망을 가기도 한단다. 상주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지 않느냐고 질문에 “소문이 나서 이반이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을 텐데 도리가 있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우나를 나오자마자 인근에 있는 한 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주임은 “월 평균 1회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다”며 “합의 하에 이뤄지는 동성애자 간의 성교를 법으로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