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폭발적인 ‘먹성’을 자랑할수록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손가락도 바빠진다. 정 부회장은 식음료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았는데 이와 함께 잠시 중단했던 SNS 활동도 다시 시작했다. 페이스북으로는 피코크 제품 설명과 주요 행사 알림 등 공적인 내용을 주로 전달하고 자신의 제품 감상평이나 개인적인 활동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린다.
그중 인스타그램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 미식가로 소문난 정 부회장이 자택에서 피코크 제품을 활용해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대형마트가 내놓은 식품PB 상품들은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대신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스레 바쁜 직장인, 맞벌이 가정, 1인 가구가 주요 소비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 부회장이 피코크 제품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늘 덤띰(점심)은 피코크찬 소불고기양념으로 맛을 낸 불고기와 잣겨자초장으로 맛을 낸 닭냉채.”
정 부회장은 이와 같은 식으로 정갈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 위에 피코크 제품을 포함시킨 사진 한 장과 간단한 문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때론 신제품 개발과 시식이 이뤄지는 비밀연구소 모습도 공개한다. 사진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뒤따라 피코크 제품에 대한 평가, 개선점, 아이디어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물론 정 부회장이 직접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사 제품을 활용한 요리 사진을 게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올리는 사진 한 장의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발에서부터 시식까지 직접 챙기는 정 부회장이 맛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이면서 ‘고급화 이미지’에 도움이 된 것.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동이 홍보에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점에 우려의 시선을 표하기도 하지만 부러움을 표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꽤 만나볼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담은 있겠지만 오너가 직접 나서는 것만큼 좋은 홍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들지 않는 홍보 아닌가. 이마트타운, 피코크 제품의 긍정적인 평가에는 정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피코크는 이마트 냉동냉장 간편가정식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늘어나 2013년 4.7%에 머무르던 수치가 최근 13%를 넘어섰다. 상품 개수도 지난해 12월 말 390여 종이었던 것이 8월 기준 7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6월 이마트타운에 최초로 선보인 ‘피코크 키친’의 매출은 단숨에 전체 이마트 점포 푸드매장 중 1위를 차지했다.
피코크의 성장과 함께 신세계푸드도 덩치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골목상권 침해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으나 한식뷔페 ‘올반’과 수제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 등 새로운 식음료브랜드에 나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단체급식 사업에 주력하는 등 외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신세계푸드가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그룹 내 식음료사업을 신세계푸드로 집결시키는가하면 공장 확대 및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2013년 웅진식품 인수전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8일엔 스무디킹코리아의 국내법인 및 베트남 사업권 지분 인수에 성공했다. 금액은 18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로써 신세계푸드는 최초 계약기간 10년 동안 스무디킹의 사업개발 및 운영, 베트남 지역의 사업권 확보, 재계약시 우선권도 보유하게 됐다.
사실 스무디킹코리아는 업계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인수로 신세계푸드의 외식사업부문 적자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무디킹코리아는 2003년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본사인 미국법인을 인수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현재는 글로벌 전체 연매출 3000억 원 수준으로 신세계푸드가 인수한 국내법인과 베트남 지역 사업권 매출은 288억 원, 영업적자는 65억 원이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에브리데이, 위드미 등 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신세계푸드는 앞서 중소 식품제조업체 지분을 인수하고 대형 식품가공센터도 완공한 바 있다. 지난 1일 신세계푸드는 냉동만두 등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제조업체 세린식품을 인수했다. 세린식품은 그동안 피코크 브랜드를 단 냉동만두를 납품해왔던 업체로 연매출 130억 원 규모의 중소업체다. 9월에는 615억 원을 투자한 충북 음성에 식품가공센터도 완공했다. 이곳에서 피코크 간편식 등 연간 700억~800억 원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신세계는 먹을거리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실적 개선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올 상반기 매출 4315억 원, 영업이익 98억 원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6%, 영업이익 229.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외식사업부의 성장세가 눈에 띄는데 전체 매출 가운데 2012년 10.8%, 2014년 16.5%, 올 상반기 35.9%의 비중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적극적인 홍보에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사실 덕을 많이 본다”며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종합 식품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온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 경쟁력과 기술력 있는 제조업체와의 M&A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사업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