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신동주 대표의 한국 내 소송은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이다. 신 대표는 지난 9월 호텔롯데 임시주주총회에서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 해임된 바 있다.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는 얘기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낸 까닭은 롯데그룹 경영권 싸움의 쟁점 중 하나인 신동빈 회장의 중국 사업을 정확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신동주 대표가 한국에서 제기한 2건의 소송은 이미 재판부에 배당된 상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당초 민사합의21부에서 민사합의16부로 재배당됐으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은 민사합의51부가 맡는다.
형제 간 지분 대결 못지않게 이 3건의 소송 결과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결과에 따라 형제 간 싸움이 지금까지 보여 왔던 것과 차원이 다른 ‘험한 꼴’을 내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는 둘 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회사다. 일본에서 소송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소송 역시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지만 신동주 대표가 핵심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2건의 소송을 통해 신동주 대표가 롯데그룹 지배자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동주 대표는 주주총회를 통해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사에 이미 오른 상태다. 이제 롯데홀딩스만 장악할 수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욱이 호텔롯데 이사직에서 해임된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결날 경우에는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또 가처분 신청과 관련, 신동주 대표가 신동빈 회장의 경영 실패의 단면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사업 성패의 진실을 가려보자는 의도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서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대로했다는 중국 사업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 쪽이 이미 소송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밝힌 만큼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전경. 박은숙 기자
일본·한국 소송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신동주 대표의 손이 올라간다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며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도를 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신동주 대표 쪽은 소송에 대해 “100% 이길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조계 주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승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비록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신동빈 회장의 중국 사업이 경영상 크게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그것이 법적으로 경영권을 내려놓으라고 강제할 근거가 될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신동주 대표 쪽 얘기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지 의심을 사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 쪽이 이미 (소송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밝힌 만큼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신동주 대표가 ‘기자회견→소송→광윤사 접수’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데 반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해명하고만 있을 뿐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벌써 준비를 끝낸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신동빈 회장 쪽 대리인은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맡았다.
하지만 광윤사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데다 롯데그룹에서 롯데홀딩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만일 신동주 대표의 소송이 받아들여져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면 신동주 대표에게 힘이 쏠릴 가능성이 짙다.
특히 지난 14일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신격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1주가 신동주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신동주 대표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까지 움직일 수 있게 돼 향후 판도가 복잡해졌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은 “28.1%만으로는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이미 끝난 일’로 여기고 있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신동주 대표가 승리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한다면 롯데그룹이 자신하고 있는 롯데홀딩스 나머지 지분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형국이 된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3건의 소송 중 일본 내 소송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신동주 대표 쪽이 일본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