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제2선거구(좌1·2·3·4, 송정동, 중2동)가 지역구인 최준식 부산시의원은 최근 광안대교 통행료 감면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과정에서 동료 의원 39명의 서명을 받았다.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 3만여 명의 서명도 첨부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에 한해 광안대교 통행료를 감면해 주자는 게 골자였다. 해운대 신시가지 주민들이 신시가지 개발 당시 광안대로 건설비를 부담했기 때문에 통행료를 감면받아야 한다는 게 최 의원의 논리였다.
이 조례에 대해 부산시는 다른 지역 주민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가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우려를 표했으나 조례안은 결국 동료의원들의 서명에 힘입어 입법 예고됐다. 특히 이 조례안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경우 조례를 만들 경우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는 게 통상적인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를 전해들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부산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최준식 의원의 말과는 달리 조례안은 발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광안대교 건설자금에 투입된 신시가지 특별회계 약 940억 원은 주거용지가 아닌 상업용지를 판 이익금으로 충당됐다. 엄밀히 말해 신시가지 주민들은 광안대교 건설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감면 조례안이 통과돼 통행료 수입이 줄어들면 그 만큼 시민들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광안대교가 시민 모두의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이 투입된 만큼, 특정 지역주민들을 위한 감면조례는 지역갈등만 일으키고 시민 전체에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 언론을 비롯해 각계에서도 조례안 추진을 졸속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여론에 향배가 이렇듯 조례안 상정에 불리해지자 심의를 맡은 도시안전위원회 김영욱 의원이 중재안을 내놓았다. 중재안은 출퇴근 시간에 한해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의 이용료를 50% 감면해주자는 게 핵심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현재 하이패스 이용 차량이 받는 할인율 20%에다 추가로 30%를 더해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런 중재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재정난을 이유로 거론하며 40%로 할인폭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중재안이 알려지자 일각에서 “광안대교 이용자의 대부분이 신도시 주민인데 무늬만 바꾼 것 아니냐”며 “통행료 감면의 혜택은 신도시 주민들에게로 돌아가고 통행료 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고통은 결국 시민 모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시의회는 중재안을 바탕으로 조례를 상정하기 위해 심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4일 오후 내내 심사를 진행했으나 결국 이와 같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영욱 의원은 “사회적 관심과 파장을 고려해 좀 더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는 오는 11월 말경에 임시회를 열어 조례안을 다시 심사할 계획이다. 이때 심사 받을 조례안도 김영욱 의원의 중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중재안이 전체 시민들의 동조를 이끌어낼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