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그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그는 천지간의 한 괴물입니다.…그 몸뚱이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고, 그 고기를 찢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일생에 해온 일을 보면 악이란 악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강상을 어지럽힌 더러운 행동을 보면 다시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요망한 참언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그의 장기이니.”
허균은 당시 세상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모함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조선 역사상 가장 가식 없었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사상으로 불화를 빚었다.
허균은 조선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허엽은 동인의 영수였고, 배다른 형제지만 누구보다 허균을 아낀 큰형 허성은 정치가이자 문장가로 이름났던 인물이다. 둘째 형 허봉 역시 당대의 빼어난 문장가이자 아버지의 뒤를 이은 동인의 영수였으며 누이 허난설헌은 조선이 낳은 여류 시인으로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기억되고 있다.
그렇게 뛰어난 집안의 자제가 어울려 지냈던 사람들은 뜻밖에도 서얼 출신이거나 천민 출신, 기생 등 시대의 제약에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사대부들은 허균의 행동을 기행이라 여겨 비난했으나 허균은 당대의 모순과 불합리를 인지하여 이를 개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뜻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으로 이어졌다.
허균이 자신의 개혁사상을 가장 많이 표출한 글이 바로 <호민론>이다. 허균은 이 글에서 신분 차별이 없는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었다. 허균이 저작한 <홍길동전>의 홍길동도 ‘호민’으로서 민중을 이끌고 나아가 이상국을 건설했던 인물이며, 허균 또한 누구나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였다. 불합리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한 것은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사상으로 정립되었고, 세상의 흐름에 반대되는 ‘역적’의 길로 인도하였다.
신정일 지음. 상상출판. 정가 1만 3000원.
연규범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