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에 휩싸였던 천경자 <미인도>
[일요신문] 천경자 화백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미인도 위작 논란이 새삼 화제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 작품에 대해 작가가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미인도’는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 인물화로 국립현대미술관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 포함되면서 본격 알려졌다.
해당 작품에 대해 천경자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과 아트 포스터(복제품) 등을 검토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틀림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 아무새 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 논란은 이어졌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는 진짜이며 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면서 “한국화 위조범과 현대 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다시 한 번 진품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진품이라고 감정했다.
하지만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강하게 맞섰다. 이 사건으로 그는 붓을 놓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직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씨는 당시 “위작 시비는 언젠가는 밝혀질 자명한 사건”이라며 “위작 여부의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국가기관이나 특정 이익단체가 조직적으로 나서 일평생 외골수로 작업한 화가의 작가 정신을 말살하는 사건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중이었던 천 화백의 ‘미인도’를 가족 측 요구로 소장목록에서 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