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훈,윤설희,예학영(왼쪽부터) | ||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풀려난 배우 주지훈은 두 차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윤설희로부터 제공받은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투약한 사실을 파악한 경찰에 따르면 주지훈은 지난해 3월 새벽 3시경 예학영을 포함한 4명과 서울 성동구 예학영 자택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윤설희와 예학영 역시 일본에서 직접 마약을 구입한 정황과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 등이 입증돼 구속된 상태인 만큼 쟁점은 마약을 투약한 또 다른 연예인들이 있는가로 옮아가고 있다.
더욱이 윤설희가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일본에서 1억여 원의 자금으로 14차례에 걸쳐 밀반입한 마약의 양은 엑스터시 280여 정(1회 투약분 1~2정)과 케타민 약 280g(1회 투약분 1g)에 달한다. 이런 까닭에 이 어마어마한 양을 윤설희 예학영 주지훈과 유흥업계 종사자 5명만이 투약했을 리는 없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윤설희가 경찰조사에서 자신에게 마약을 제공받은 “가수와 토크쇼 패널 등 연예인이 7~8명 더 있다”는 진술을 했고, 주지훈과 예학영을 비롯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연예인에게 마약을 공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은 클럽 마니아로 알려졌거나 주지훈 예학영처럼 모델 출신인 스타들이다. 마약 투약이 윤설희나 예학영의 자택뿐 아니라 이태원, 역삼동, 강남 일대 L, I, E 클럽을 비롯해 홍대 M 클럽에서 이뤄진 까닭에 평소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클럽에 자주 간다”고 말해왔던 연예인들에게 의심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주지훈 예학영이 모델 출신인 점을 들어 이들과 친분을 쌓은 모델 출신 연예인들도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특히 인기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던 배우 A는 주지훈과 같은 시기 활동했던 모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물론 소속사를 비롯해 경찰도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지훈 예학영과 친분을 쌓아온 스타들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엑스터시가 심장박동과 박자가 비슷한 ‘트랜스 음악’에 심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유에서 ‘도리도리’란 별명까지 얻은 만큼 클럽을 자주 찾는 연예인들 역시 확실한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목할 점은 연예인뿐 아니라 유흥업계 관계자들도 핵폭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4월 초 마약 투약 혐의로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성 접대부 10여 명을 입건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설희와 예학영이 공급책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에 착수한 만큼 유흥업계 관계자들 역시 용의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미 유흥업계에서는 “이번 마약사건이 터지자 연예인과 어울릴 정도로 잘나가는 텐프로 여성을 비롯해 새끼마담 등 몇 명이 잠적했다”는 말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마약의 충격이 연예계를 비롯해 유흥업계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사건은 연예인들의 단순 마약 투약 사실뿐 아니라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문란한 사생활을 밝혀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경찰 측은 필로폰처럼 섹스의 쾌감을 높이거나 하지는 않고 단순히 약물로 인한 쾌감을 느끼는 마약류라 섹스파티의 확률은 크지 않다고 전하고 있지만 윤설희 예학영이 도쿄의 호텔에서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점, 클럽뿐 아니라 자택에서도 여러 차례 마약 투약이 이뤄졌다는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이번 사건은 단순 마약 파티에서 더 나아가 연예인들의 문란한 사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이 윤설희가 밀반입해온 마약 투약자들을 확실히 밝혀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경찰은 한 차례 잘못된 수사로 연예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바 있다. 지난해 경찰이 마약 판매상을 수사하던 중 판매상이 진술했던 배우 신하균의 이름이 실명으로 보도됐다가 사실무근으로 판명났기 때문. 당시 신하균은 직접 약물복용검사를 통해 오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경찰은 현재 신중하게 수사 대상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이미 예학영 윤설희의 진술을 통해 추가 수사 대상을 확보했지만 확실한 입증이 필요하기 때문.
그렇다면 약물복용검사는 어느 정도까지의 투약 시점을 파악해낼 수 있을까. 마약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약물의 종류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종류와 관계없이 10개월에서 1년 전까지의 복용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고 답했다.
윤설희가 마약을 밀반입한 시점은 2007년 8월. 이미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초기에 윤설희로부터 마약을 제공받았던 투약자들은 가려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보통 모발검사나 체모검사를 통해 약물반응검사를 실시하는데 모발의 경우 새끼줄처럼 꼬여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머리카락 사이에 묻어있는 약물을 찾아내기 때문에 염색이나 샴푸에 따라 성분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머리카락은 빨리 자라는 터라 대부분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체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상습 투약자가 아니라면 약물검사로 마약투약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마약수사대 관계자가 “마약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러 번 투약하기 때문에 체내에 흡수돼서 약물반응이 나온다”며 “1년 전에 딱 한 번 마약을 투약한 사람이 양성반응이 나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답한 것. 마약을 투약했다 해도 여러 차례 투약하지 않은 이는 음성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번 마약파문은 검거된 이가 여러 명이라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마약을 밀반입한 진술자와 공범이 2~3명인 경우 같은 진술을 하면 음성반응이 나올지라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윤설희와 예학영, 주지훈 등이 진술한 마약 투약자가 공통될 경우는 약물반응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을지라도 마약투약혐의가 입증된다는 것. 이에 대해 관계자는 “검거자 및 공범들도 처벌을 받는 상태에서 진술하기 때문에 사실성 높은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마약사건은 약물반응검사뿐 아니라 공범자들의 진술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여느 때와 달리 확실한 수사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