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 여야 대표, 원내대표가 참여한 청와대 ‘5자 회동’이 그야말로 냉랭하게 끝났다.
22일 열린 청와대 ‘5자 회동’은 이산가족 상봉 덕담으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거론하며 “우리 정치권이 그런 문제도 해결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띄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모친이 이산가족 상봉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상봉이 정례화 되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쟁점이 나오자 급 냉각됐다. 새정치연합 측은 국정 교과서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며 ‘국정화 철회’를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 측은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교과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로 규정하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 달라”며 “국민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하고 획일적인 역사교육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친일, 독재 등이 언급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개인사 들먹이며 비난하는 거 내가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는데, 문 대표 그러는 거 아니오”라며 감정 싸움으로 격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이밖에도 5자 회동에서는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일본 자위대 국내 진출, 관광진흥법안 등이 논의됐다.
1시간 48분간 가량 진행된 ‘5자 회동’ 이후 여야 지도부는 1시간에 걸쳐 브리핑을 했다. 문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벽을 마주한 암담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