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위)과 <국제시장>. <암살>을 제외한 최근 흥행작에서 여배우의 역할은 조연에 그쳤다.
한 영화 제작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6억 원에 6% 정도였는데, 지난해 중순부터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과 <암살> 등 1000만 영화들이 줄줄이 탄생하며 출연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며 “이제는 특A급으로 분류되는 배우들은 7억 원에 7%를 줘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명 배우들이 속한 기획사 대표는 “제작사 입장의 일방적인 계산”이라고 반박한다. 배우들이 받게 되는 러닝 개런티는 영화의 성공에 따른 보수일 뿐이기 때문에 보장된 출연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100억 원이 투입되는 영화에 출연하며 7+7의 계약을 맺더라도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을 넘지 못하면 출연 배우는 러닝 개런티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1000만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배우들의 인지도와 ‘티켓 파워’는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요소”라며 “배우들은 영화 흥행을 위해 개봉 후에도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전국으로 무대 인사를 돌며 발로 뛰는 만큼 러닝 개런티는 정당한 보수인데 정작 영화 흥행 후 배우들이 많은 돈을 챙겨간다고 비판하는 건 뒤통수를 치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베테랑>(오른쪽)과 <암살>의 한 장면.
오히려 드라마 출연료에 비하면 배우들의 몸값이 싸다는 반박도 있다. 주중 드라마 주인공들의 경우 회당 5000만~1억 원을 받는다. 50부작 대작에 출연하면 25억~50억 원을 챙긴다는 의미다. 영화와 드라마의 업무 강도나 노출 빈도를 따져봤을 때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류를 등에 업은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연예기획사들의 입장이다.
이런 ‘억소리’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쓰린 속을 달래야 하는 이들이 또 있다. 바로 여배우. 7+7이나 6+6이라는 기준은 주로 남자 배우에 해당된다. 어느 순간 영화의 주변인물로 밀려버린 여배우들의 출연료는 남자 배우들의 절반 수준이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최근 할리우드의 남녀 출연료 차별을 지적했다. 이는 얼마 전 소니픽쳐스 해킹 사건으로 인해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 출연했던 제니퍼 로렌스가 함께 출연한 남자 배우 제레미 레너, 크리스찬 베일 등보다 낮은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남자 배우들은 수익의 9%를 받은 반면 제니퍼 로렌스는 7%를 책정 받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제니퍼 로렌스는 “협상을 하면서 무례하거나 버릇없는 여자처럼 보이기 싫어 일찍 협상을 포기한 나에게 화가 났다”고 밝혔다.
전지현.
이런 불균형의 이유는 간단하다. 여배우의 티켓 파워가 남자 배우에 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흥행 톱10을 살펴보면 여배우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는 전지현이 출연한 <암살>뿐이다. 나머지 흥행작인 <국제시장>, <베테랑>, <사도>, <연평해전> 등에서 여배우들의 역할은 조연에 그칠 뿐이다.
남자 배우들의 비싼 몸값이 여배우들의 몸값 상승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제작비를 조절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개런티 높은 남자 배우를 기용하면 상대적으로 여주인공에게는 적은 금액을 책정하게 된다. 또한 남자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영화를 주로 기획하는 충무로의 시스템적인 문제가 여배우들의 설 자리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 다른 영화 제작자는 “성별을 떠나서 각 배우들의 티켓 파워와 지명도에 따라 몸값이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아무래도 요즘 기획되는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출연료가 책정되고, 그나마도 출연할 수 있는 마땅한 작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배우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이라면 기대보다 낮은 출연료라도 받고 활동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