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여론이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 계약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협상 대상이 대부업체 논란을 빚었던 금융회사라는 점과 두 번째는 J트러스트사가 일본계 회사라는 사실 때문이다.
먼저 히어로즈 관계자는 “J트러스트가 대부업체가 아니다. 제2금융권업체다. 저축은행만 갖고 있어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J트러스트는 최근 산하 대부업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면서 대부업에서 손을 떼고 저축은행, 캐피탈 계통의 계열사만을 갖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이후 구단을 승계해 재창단한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는 시스템으로 팀 이름에 후원사를 넣는 네이밍 스폰서를 도입했다. 2008년 3월 출범 당시 ‘우리담배’와 3년간 300억 원의 후원 계약을 맺어 ‘우리 히어로즈’가 됐지만 같은 해 8월 우리담배가 스폰서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약 1년 6개월 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히어로즈’로 운영됐다. 이후 2010년 2월부터 넥센타이어와 계약을 맺어 ‘넥센 히어로즈’로 불리었다.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이 스폰서십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독립 야구기업이다. 돈을 많이 주는 기업과 스폰서십을 맺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연간 700만 명이 넘게 보는 국민스포츠인 프로야구에 일본계 금융기업의 이름을 홍보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배치되는 모습이다.
J트러스트 홈페이지.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인은 “한국 프로야구팀에 일본계 금융회사가 메인 스폰서로 들어가는 건 KBO리그 전체의 품위와 가치를 생각할 때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팬들이 과연 일본계 금융업체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면서 “돈도 중요하지만 등 돌릴 팬들의 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설위원 D 씨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기도 했다. 내용이 꽤 흥미롭다.
“현재 히어로즈는 레이니어그룹 홍성은 회장과 서울 히어로즈의 주주 지위를 둘러싼 소송전에서 패해 홍 회장에게 히어로즈 지분 40%를 양도해야 한다.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히어로즈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지만 홍 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히어로즈로부터 지분 40%를 받아낼 계획이다. 그런 상황에서 메인 스폰서 문제는 홍 회장한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홍 회장은 미국에서 수천억 원대의 부동산 재벌로 알려졌다. 한국의 정관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이런 그한테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 논란은 향후 히어로즈의 경영권과 관련해서 문제를 삼기에 충분하다. 아직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만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이장석 대표의 움직임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홍성은 회장은 이 해설위원의 설명대로 미국의 부동산 재벌가이다. 2008년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가 홍 회장으로부터 20억 원을 빌렸는데 홍 회장은 이 돈을 투자금으로, 이 대표는 단순한 대여금이라고 맞서면서 분쟁을 빚었다. 2012년 5월 히어로즈가 홍성은 회장의 주주 지위를 부인하는 상사중재신청을 냈지만 같은 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은 히어로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홍성은 회장에게 지분 40%를 넘기라고 판정했다. 히어로즈는 결국 중재판정을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으며 2014년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홍성은 회장의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