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배승희 변호사는 홍준표 의원 보좌진 출신으로 종편 <돌직구쇼>, <쿨까당> 패널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배 변호사는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8월 <시사비즈>는 윤 의원의 딸이 대기업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며 LG디스플레이가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윤 의원의 딸을 채용했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자녀 취업 청탁 의혹에도 새정치연합 당 차원의 징계는 받지 않았다. 이에 지난 9월 4일 배 변호사 등 27명은 윤 의원을 뇌물죄 및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배 변호사는 당 차원에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법당국의 조치를 촉구하는 요구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배승희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이렇게 정치권 인사와 송사가 잦았던 배 변호사가 이번에 ‘거물급’을 만나게 됐다. 사연은 이렇다. 유 전 원내대표가 배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8일 배 변호사는 TV조선 <이봉규 황유선의 정치옥타곤> 방송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배 변호사는 “그런데 조희팔 사건 관련해서 사업 단계가 04년도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시작이 됩니다”면서 “그리고 05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면 대구, 이 사건이 대구에서 일어났는데, 대구에서 재보궐로 누가 들어오냐 하면요. 유승민 의원이 들어옵니다”고 유 전 원내대표를 언급한다.
이어 배 변호사는 “그러니까 지금 관련된 게 지금 검찰, 경찰로 한정을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대구지역에서 사업을 하려면 분명히 대구에 국회의원이라든지, 그 TK에 분명히 국회의원들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저는 이렇게 재밌는 생각을 해봅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은 배 변호사의 말에서 마치 유 전 원내대표에게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의 뒤를 봐주고 불법적인 자금을 수수했거나 최소한 둘이 모종의 관계인 것처럼 묘사한 지점을 지적했다.
TV조선은 해당 방송의 다시보기를 중지한 상태다. 또한 TV조선은 “지난 10월 18일 본 방송 중 조희팔 사기사건과관련하여 유승민 국회의원을 언급 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조희팔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법적인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처럼 방송한 것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입니다. 출연자의 발언이었기는 하지만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 여과 없이 방송 돼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 됐습니다. 유승민 의원과 시청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지로 띄웠다.
이번 소송을 단순히 유승민 의원이 명예훼손에 대응하기 위한 것만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은 자신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도 사과문 등을 발표하면 대개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해서 유 의원은 형사고소라는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6일 유 전 원내대표는 평소 모습과 달리 대구 계산성당에서 ‘대구, 개혁의 중심이 되자’란 주제의 특강으로 다시 한 번 정치행보의 시동을 걸었다. 발걸음을 다시 뗀 유 전 원내대표 앞으로 자신의 공천 탈락, ‘대구물갈이’ 등 산적한 악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큰일들을 위해 유 전 원내대표가 작은 악성 루머에는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어영부영 넘어가면 악성루머로 번지면서 정치적 영향력이나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고소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당사자의 사법처리까지 가느냐는 정무적으로 판단해야하며 본인이 사과문을 낸다면 상대 정당도, 경쟁상대도 아닌만큼 경솔한 것을 꾸짖는 정도에서 정치인이 물러서주면서 넓은 포용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배승희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