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가 10월 29일 경북 포항 영흥초등학교를 찾아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흉상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김 대표의 측근들은 김 전 회장의 친일 의혹을 반박하는 두툼한 자료를 정치부 기자들에게 건넸다. 22가지 애국 활동 사례를 적시했고, 당시 일간지의 보도 내용, 최근 방송사의 보도 내용 등 애국 사례를 뒷받침하는 증빙서류를 첨부했다. 김 대표 선친의 평전인 <강을 건너는 산>도 함께 건넸다. 김 대표 측의 논리는 “친일 의혹 사례가 있다면 애국 행보 사례도 있다는 것을 알려야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다.
주변부의 움직임과 더불어 김 대표 본인도 친일 행적 지우기에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29일 김 전 회장이 설립한 경북 포항의 영흥초등학교를 찾아갔다. 그리고 선친의 흉상에 평전과 애국 행보 자료를 올려놓고 묵념도 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사업을 크게 해서 한국 사람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었고 그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지었고, 또 독립군 자금도 많이 보탰다”며 “부친은 왜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를 정쟁삼아 과장하고 왜곡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의 포항행을 지켜본 한 인사는 “김 대표가 기자들과 점심, 저녁을 하고 서울역 앞에서 다시 호프 번개를 하면서 최근 자신의 심정을 격정적으로 토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두 시간가량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마약 투약 논란을 빚은 사위 이야기 등 가족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는 전언이다.
정가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만큼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선친의 역사를 재평가받고 싶다는 ‘효심’이 발효됐다는 것이다. 이번 포항행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대표 부친의 애국 행보를 적극 알리려 했고,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띄우며 ‘같이 살자’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은 “김 대표의 부친은 일제 탄압으로 폐교된 사립학교를 사비를 털어 다시 세웠고 교장선생님이 됐다”면서 “그때부터 일제하 한국정신 말살에 대항했고 교육을 통한 구국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일제의 여러 탄압을 온몸으로 막았다. 해방 이후에는 학교 재산을 기증해 공립으로 만들었고 경영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이 말을 받은 김 대표는 “국민통합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서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도 그랬고 영국도 그랬다”며 “박근혜 대통령만큼 개혁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박 대통령 재임 중에 역사교과서를 바꿔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역사교과서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은 한 장 실리는데 김일성 사진은 세 장 실리고 있다”고도 했다.
당내 비박계에서는 김 대표 비위를 거스를까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는 말도 들린다. 수도권과 일부 의원들이 조금씩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공천 룰이 정해지지 않은 지금 불필요하게 김 대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포항이 지역구인 초선의 박명재 의원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김 대표의 특강에 앞서 “보수혁신을 이끌고 당대표로 7·30, 4·29, 10·28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끈 선거의 제왕, 앞으로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해 정권재창출을 이끌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 집권여당의 총사령관인 김무성 대표를 소개한다”고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