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필요했다.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의 최고 교수진이 적당할 것 같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최고 권위의 의사들이 박 시장 아들의 몸무게와 키를 재고 진찰을 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여러 기자들이 MRI 촬영과정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필자의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의사들이 신중히 결론을 맺고 기자들 앞에서 공정하게 판정했다. 강용석 전 의원이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의혹을 제기했던 의대 교수도 공개사과를 했다.
필자는 박 시장에게 용서를 권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검찰에서 연락이 왔다. 박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제기자들을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기소 대상자는 몇몇 시민과 MRI 동영상을 보고 이견을 제시한 의사였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 의사는 다른 의견을 개인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런 의사가 하는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법은 관대하다. 박 시장도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기소가 됐다. 법의 도마 위에 오른 박 시장에 관한 사건은 첨예한 의학적 논쟁을 일으키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일부 정치적 야심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재판에 관여하면서 여론몰이까지 하는 느낌이었다. 재판 과정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진영논리로 해석되고 있었다. 위증의 위협 아래 법정에 선 필자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자들의 내부에는 의심이 들끓었다. 병무청에서도 화장실을 통해 괴물이 대신 촬영을 했다고 의심했다. 그 괴물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다시 대신 촬영했다고 추리들을 했다. 교수들과 촬영기사도 수상한 사람들이었다. 박 시장 아들에 대해 다시 감정을 신청한다고 하는 그들이 세상에서 믿는 의사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들은 필자에게 X레이 사진을 들이대며 뭔가 자백할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위임장을 제출했는지, 돈은 얼마나 받았는지 물었다. 심지어 박 시장 아들의 냄새도 묻고 박 시장 부부가 아들을 천대하는지도 물었다. 필자는 그들이 진실을 알려주어도 믿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이미 그들은 병무청도, 대학병원도, 검찰도, 대한민국도 믿지 않았다.
사실 본질은 단순하다. 박 시장 아들이 존재하는 한 어떤 거짓도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냥 보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실을 놓고도 믿지 않는 사람들의 내면이다. 법정에서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했다. 공개신검을 두 번 해도, 세 번 해도 당신들은 믿지 않을 것 같다고. 진실보다 박 시장의 아들이 그들의 주장대로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구를 네모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둥글다고 하는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 거짓 선동의 세상을 정직한 사회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