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비의 모친 견미리. 두 모녀는 모두 주식부자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유비가 그룹 샤이니의 종현, 배우 구원 등과 잇따라 열애설이 불거진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열애설 등 사생활 관련 사안이 휴대폰에 담겨 있던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또한 이유비가 휴대폰을 분실한 장소가 강남의 한 클럽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뒷말은 더욱 무성해졌다.
하지만 언론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괜한 억측이 나오는 것을 경계했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 이유비는 명백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20대 여성이 클럽에 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휴대폰을 분실하는 것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게다가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도구’다. 누군가가 본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편하게 찍은 셀카 사진을 비롯해 지인들과 격의 없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담겨 있다. 또한 이유비는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노출되면 곤란해질 수 있는 동료 연예인들의 휴대폰 번호 또한 저장돼 있을 것이 자명하다. 이런 내용을 볼모삼아 A 씨가 거액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A 씨는 범죄자다. 이유비에게 협박을 하기 전 이미 이유비의 휴대폰을 주운 이로부터 휴대폰을 구입했다. 이는 장물 취득이다. 결국 이미 범죄를 저지른 A 씨는 휴대폰의 주인이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안 뒤 다시 파렴치한 범죄를 구상한 것이다.
A 씨가 2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한 배경에는 이유비 가족이 상당한 재력가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유비의 엄마인 배우 견미리는 제약회사 보타바이오의 유상증자와 부동산 현물출자 등을 통해 이 회사 지분 4.3%를 취득하면서 대주주로 올랐고, 그가 보유한 주식은 94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유비 또한 4억 7000만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A 씨는 이유비의 휴대폰을 습득한 후 협박 전화를 걸기 전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라며 “당연히 주식 보유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조용히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2000만 원 정도를 쉽게 건넬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답은 더욱 쉽게 도출된다. 정말 외부로 유출되거나 알려지면 안 되는 내용이 있었다면 소속사 차원에서 요구하는 돈을 준 후 조용히 사건을 묻으려 시도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유비는 이미 주연급 배우이고 다수 CF에도 출연했기 때문에 그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생채기를 입힐 내용이 휴대폰에 있었다면 협박 받은 직후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유비가 클럽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시점은 지난 10월 17일. A 씨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날은 10월 23일로 불과 일주일 사이 모든 사건이 진행됐다. 즉 이유비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A 씨가 장물로 취득한 후 공중전화를 이용해 수차례 협박하자 이유비 측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A 씨가 도주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소속사 싸이더스HQ 측은 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온 10월 28일 곧바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습득한 분실물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한 점부터 공중전화를 옮겨 다니며 협박 전화를 걸어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A 씨에 대해 당사는 핸드폰 내용을 숨길 이유가 없어 수사 기관에 바로 협조를 요청, 협박 및 금품을 요구한 A 씨는 바로 구속되어 검찰에 송치됐다”고 입장을 밝히며 발 빠르게 대처했다.
싸이더스HQ는 과거 이 회사에 소속돼 있던 한 여배우가 복제폰 사건에 휘말려 곤혹스러웠던 과거를 거울삼아 지체하지 않고 투명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발생했던 이 사건은 경찰 수사 결과 소속사 대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누명을 벗었지만 소속사로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런 경험을 했던 싸이더스HQ로서는 이유비의 휴대폰을 이용한 협박 사건이 일파만파 번진다면 과거 사건까지 들춰지는 일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속사의 대처는 합리적이었다. 과연 휴대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몇몇 기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이유비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명확히하고 대중이 그를 보호해주는 여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열흘 만에 모든 문제를 매듭지으며 성공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보여줬다”며 “언론 매체가 많아지며 갖가지 의혹들이 쏟아지는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상황을 정리한 후 ‘누구보다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이유비가 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허위 내용을 근거로 하는 기사나 혹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사는 자제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는 감정적 호소를 해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시켰다”고 평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