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런닝맨>이 중국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왼쪽 사진은 유재석.
김수현의 바통은 중국의 한류 쌍두마차인 이민호가 이어받았다. 그는 같은 해 6월 중국 주류 브랜드 칭다오가 베이징에서 여는 프로모션 행사에 이민호를 초청하기 위해 전세기를 띄웠다.
‘전세기’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연예인 중에서는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전세기를 이용하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 배우 성룡과 친한 권상우가 중국 영화에 출연하며 그의 전세기를 탔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외에도 유덕화, 주성치 등 내로라하는 중국 배우들은 전세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국 측이 해외 스타를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중국 전문 에이전트들은 “중국의 특성상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안 한다”며 “투입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효과는 있다고 판단해야 ‘모시기’ 위해 전세기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민호, 김수현.
김수현의 경우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직후 중국의 초대를 받았다. 이민호는 중국 최대 규모 SNS인 웨이보에 팔로어수만 2600만 명을 확보한 ‘큰손’이다.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칭다오 측이 이민호를 초대하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은 10억 원가량이지만 홍보 효과는 100억 원 이상이었다고 분석했다.
유재석 역시 그가 지난 7월 FNC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사실을 바이두, 소후, 시나닷컴 등 유명 포털사이트들이 대서특필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이번 <런닝맨> 팬미팅은 수도인 베이징에서 열리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에 중국 측이 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전세기를 보내주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많은 한류스타들이 중국에 가면 상상하기 어려운 대접을 받곤 한다. 일단 공항에 내리면 VIP 통로로 안내받기도 한다. 너무 많은 팬들이 몰려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안전을 이유로 해외 국빈이 방문했을 때 사용하는 통로다.
배우 이광수는 얼마 전 중국의 한 행사장을 찾았다가 기존 이틀 일정을 하루로 줄여달라는 중국 측의 요청을 받았다. 역시 팬들이 너무 몰려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숙소 역시 행사장과 거리가 먼 곳으로 잡아달라는 추가 요청도 있었다.
<런닝맨>의 멤버인 지석진은 최근 KBS 2TV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중국 호텔방에 가면 나도 놀란다. 방이 우리집만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워낙 영토가 넓은 중국은 호텔방의 크기 또한 남다르기 때문에 한류 스타들에게 제공되는 방은 한국의 호텔과 비교할 수가 없다.
이런 높은 인기 때문에 난감한 부탁을 받을 때도 있다. 한류스타 A는 한 호텔에 머물며 이 호텔 소유주의 가족과 함께 식사자리를 가진 후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따른 대가로 이 호텔의 평생 숙박권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A는 이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함께 밥 먹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괜한 소문이 날 것을 우려했다. A의 측근은 “거액의 선물을 주면 A를 만날 수 있다는 루머라도 퍼지기 시작한다면 더 은밀한 제안이 올 것이고 A의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며 “또한 이런 선물을 받았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팬들의 반감을 사게 돼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여자 스타의 경우 재력가들의 생일 파티에 초청받곤 한다. 중국의 몇몇 부호들은 자신의 생일을 치르기 위해 수억 원을 주고 유명 해외 가수들을 초대 가수로 부르기도 한다. 생일 파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누가 그 자리에 참석하느냐가 파티의 위상을 정하기 때문에 요즘 중국에서 각광 받는 한류스타들은 웬만한 서양 스타보다 인기가 높아 사적인 모임에서 선호된다. 당연히 이런 요청에 응하면 묵직한 ‘거마비’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적인 자리에는 가는 것만으로도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걸그룹 B는 중국 재벌가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 이야기는 이 재벌이 SNS에 공개하면서 B에 대한 괜한 뒷말이 나왔다.
한 중국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재력가와 연예인들의 만남은 중국 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다뤄지는 스캔들”이라며 “일부 한류 스타들이 중국에서 돈만 벌어간다며 ‘먹튀’에 대한 반발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불거지기라도 하면 한류 시장 전체 이미지가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점점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 톱스타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이유 역시 ‘돈’이다. 중국에서 스타의 몸값은 한국과 단위부터 다르다. 중국 활동에 올인하고 있는 추자현의 드라마 편당 출연료는 최대 1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 드라마의 러닝타임은 40분가량. 70분인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영화의 출연료도 한국의 톱스타들이 6억~7억 원에 수익금의 6~7%를 받아 1000만 영화가 탄생하면 15억 원가량을 손에 쥐는 데 반해, 한류스타 C는 중국 영화에 출연하며 20억 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국 전문 에이전트는 “중국의 톱스타들은 대작에 출연하며 개런티 50억 원에 지분까지 받는다. 이에 비하면 한국 배우들의 몸값은 아직 싼 편”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한류스타를 싸게 쓸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기용하려고 하고, 한국 배우들도 이제는 출연로도 많이 주고, 대외적 이미지도 상승한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