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이재명 성남시장 “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해선 안 돼” 3일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때 아닌 역사 갈등으로 인한 국민 분열마저 우려되는 가운데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회통합 의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에 정부의 ‘불통’ 이미지가 다시 조명되자 SNS대통령, 소(소통)통령으로 불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통 안하는 정치는 지배다”라고 밝히며, 박근혜 정부의 소통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재명 시장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이 전달되어야 한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일요신문>이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대한민국 소통에 대한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아울러 이재명 식 소통을 통해 정치와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일문일답.
- 이재명 시장에게 SNS대통령, 소통령이라는 별칭이 있다. 알고 있는가. 이재명 시장의 소통은 그야말로 양방향 소통이자 어느 정치인이나 일반인보다 광폭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특별히 생각하는 SNS소통에 대한 의미나 견해가 있는지.
“처음에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는 도구가 필요해 SNS를 시작했다. 2012년 한 종합일간지가 ‘성남시가 청소용역업체 나눔환경에 특혜를 줬고 이게 통합진보당과 관련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 그 뒤 나는 종북주의자’로 공격당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해도 언론이 보도를 안 해주더라. 살아남기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다. 열심히 사용하다 보니 SNS가 양방향 소통의 유용한 도구임을 알았다. 댓글도 직접 쓴다. 그러면서 서로 공감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큰 거 한 방을 원하는데 그런 것은 큰 칼을 든 기득권자가 가지고 있지 저한테는 그런 게 없다. 우리는 한 표가 있고 모으면 된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게 우리한테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SNS를 통해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라고 느꼈던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자기 역량을 나누고 소통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모이면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 일부에선 이재명 시장의 소통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편중되는 등 사회통합의 메시지나 배려의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자치단체장도 시민의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이고 국민의 한사람으로 자유롭게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권한이란 것은 규정된 것도 없고 어디까지 발언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도 없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갖는다. 그걸 지키기 위해 상대와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타협하거나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것이 정치다. 정치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정치적 지향점을 명확하게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과정으로 다른 방법도 차용하고 의견도 듣는 것이다. 가고자 하는 길까지 바꿔가면서 배려해야 하는 것은 정치도 아니고 통합도 아니다. 성격이 직선적이고 다혈질인 건 맞다. 빙빙 돌려 거짓말하기 싫다. 이런 성격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도록 잘 활용하려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사진=일요신문>
- 심지어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치적인 소신 글을 두고 괴담 유포자, 의혹 제기자, 심지어 관심병에 걸린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성장한다. 국민이 무관심하다면 이미 정치적으로 죽은 것이다. ‘정치인에게 뉴스는 부고 빼고 다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에 나오고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걸 관심병이라고 한다면 정치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또 국민이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그만큼 그 사안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정치인으로, 100만 시민의 대표로 시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안보문제라 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반국가 종북행위로 몰며 불온시하고 괴담 유포자라고 하는 것은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국민 아닌 권력자 자신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는 민주질서 파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머슴인 공직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국민이 직접 피해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 국민은 국가안보에 관계된 일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의문을 해소하는 것은 머슴의 의무다. 합리적 의심과 단순 의혹 제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 이거나 정부 발표는 무조건 믿으라는 일방적인 강요에 불과하다.”
- 이재명 시장이 생각하는 정치와 소통의 관계는.
“정치는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반영해야 한다. 즉,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 대변인이자 나라일하는 머슴인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국민의 마음이 전달되어야 하며,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정보를 주고받는 등 평소에 국민의사를 듣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을 전달받지 못하는 것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이 원치 않는 결정을 할 우려가 있다. 정치는 국민마음이 전달되는 등 소통하지 않으면, 국민을 지배하는 것으로 그런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최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역시 이런 사례라고 본다. 국민은 지배대상이 아니라 이 나라의 당당한 주권자임을, 대통령은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종복에 불과함을 국민들이 알고 대응해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사진=일요신문>
- 이재명 시장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4%대 지지율이 나오는 등 꾸준히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의 정치적 평가로 이례적인 상황인데. 대권이나 정치권에 대한 목표가 있는지.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물론 굳이 놓고 고를 수 있다고 한다면 더 역할이 큰 것을 고르는 게 맞다. 그런데 역할이라는 것은 제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면 길은 생긴다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시장하려고 산 것도 아니고, 변호사 되려고 대학 간 것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던 길인데, 이 자리까지 왔다. 임기가 끝나면 뭐할 것이냐고 지금부터 스케줄을 세우는 게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고,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기회가 열리고, 길이 열릴 것으로 믿는다.”
- 얘기를 들으니 더 궁금해졌다. 이재명 시장이 꿈꾸는 이재명의 모습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다음에 뭐 할래?’라고 묻는다. 나도 모른다. 그때 가서 가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삶의 큰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강을 만나면 배를 타고, 들을 만나면 말을 타고 가면 된다.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정한다고 내 마음대로 되나?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시장직 또한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언제든 버릴 수 있다. 대체 가능한 다른 수단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현재에 미련이 없으니 용감하다. 무언가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게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그럼, 딴 거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떠날 것이다. 방향만 정하고 최선을 다하면, 길이 생기고. 그러다 죽을 때쯤 ‘그동안의 삶이 창피하진 않았네‘라는 생각이 들면, ‘잘 살았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자유롭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