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장남 재국 씨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 ‘시공사’ 전경. 박은숙 기자
그럼에도 전 씨 추징금 환수는 지지부진했다. 미술품이 경매를 통해 고가에 팔렸던 것과는 달리 부동산의 경우 시장 침체로 좀처럼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모두 팔린다 하더라도 추징금을 다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그런데 이번에 전 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가 검찰에 압류를 당한 서초동 부동산들이 팔린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및 해당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재국 씨 소유 1628-× 토지 및 건물, 재용 씨 소유 1628-× 토지가 지난 8월 20일 공매를 통해 매각됐다. 이번에 팔린 재국 씨 소유 건물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 시공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두 차례 매물로 나왔다가 유찰됐지만 ‘삼수’ 끝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됐다.
전 씨 자녀들 소유의 부동산 매입자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 아무개 씨의 부인과 두 아들이다. 부동산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 세 명은 지난 9월 23일 소유권 이전을 마무리했다. 총 매입 가격은 81억 원가량이다. 당초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두 차례 유찰되면서 그보다 못한 가격에 팔렸다. 실제로 해당 부동산의 최초 감정가격(최저 입찰가)은 100억 원가량이었다.
이로써 전 씨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서초동 부동산은 모두 매각됐다. 재국 씨가 서초동에 보유하고 있던 또 다른 부동산 1628-×× 토지와 건물은 지난해 12월, 350억 원가량에 팔렸다(<일요신문> 1204호 보도). 얼마 전 팔린 것과 합하면 서초동 부동산 매각으로 대략 430억 원의 추징금을 거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적어도 500억 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전 씨 일가 자산이 추징금 환수를 위해 팔릴 때마다 불거지는 의혹이 있다. 전 씨 지인들이 사들여 이를 다시 전 씨에게 돌려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팔린 재국 씨 소유 부동산도 그랬다. 당시 부동산을 사들인 서울북클럽은 시공사 등 출판사 10여 곳이 1990년 후반 세운 회사다. 또한 재국 씨 대학 동기이자 시공사 임원이었던 김 아무개 씨가 이사를 맡았던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1996년 강제 경매로 나온 전 씨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전 씨 처남 이창석 씨가 사들여 논란을 빚었다. 해당 별채는 2013년 5월 전 씨 며느리 이윤혜 씨 소유로 바뀌었는데, 이를 두고 전 씨가 실질적인 소유주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최근 전 씨 일가 서초동 부동산 낙찰자들과 관련해서도 경매업계에선 “전 씨 지인들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사정당국 관계자는 “우리도 확인 작업을 벌였는데, 전 씨와 별다른 관계는 없었다”면서 “낙찰자 외에도 여러 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워낙에 좋은 매물이라 팔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