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렇게 주차장에 트럭을 세워놓고 살기 시작한 이유는 비싼 월세 때문이었다. 지난 2014년 여름, 구글에서 처음 인턴을 시작하면서 그는 동료 세 명과 함께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임대했다. 그나마 가장 싼 집이었는데도 하루 임대료는 65달러(약 7만 원), 월세로 치면 월 2000달러(약 230만 원)였다.
브랜든은 “나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아파트 임대료로 내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거나 또는 밖에서 친구를 만난 후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난 5월 정사원 계약을 맺은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장 아파트에서 짐을 빼는 일이었다. 정사원이 되면서 보너스로 받은 1만 달러(약 1000만 원)를 탈탈 털어 중고 트럭을 구입한 그는 그렇게 트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트럭에서 생활하는 게 불편하진 않을까. 이에 대해 브랜든은 “별로 불편하진 않다. 쥐가 들어온다는 사실 하나만 빼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가능한 트럭 안에는 음식을 절대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실 현재 그에게 트럭은 집이라기보다는 잠깐 눈을 붙이거나 옷이나 기타 물건을 보관해두는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럭으로 퇴근할 때가 거의 대부분 밤늦은 시간인 데다 웬만한 생활은 회사 안에서 전부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샤워는 회사 체육관에서 하며, 볼일은 회사 건물 안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삼시세끼는 모두 구내식당에서 무료로 해결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제품도 전부 회사에서 충전해오기 때문에 플러그도 필요 없고, 옷 세탁은 회사 내 무료 세탁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세탁기 역시 필요 없다. 이에 대해 브랜든은 “나는 24시간 본사 어느 건물에도 출입할 수 있는 카드 열쇠를 갖고 있다. 밤에 트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건물 안의 샤워실에서 씻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된다. 내가 필요한 것이라곤 오직 침대 하나뿐이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따로 생활비가 나갈 일이 없는 것이 사실. 한 달에 그가 지출하는 생활비라곤 트럭 보험료인 121달러(약 13만 원)가 전부다. 트럭에 살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월세금 외에 수백 달러를 더 저축하기 시작한 그는 현재 빠른 속도로 통장 잔고를 불려 나가고 있다. 브랜든은 “내 목표는 세후 월급의 90%를 저축하는 것이다. 이 돈은 전부 학자금 대출을 갚거나 투자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학자금 대출금 총 2만 2434달러(약 2550만 원) 가운데 5985달러(약 680만 원)를 갚았으며, 앞으로 6개월 안에 전액 상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트럭에 살면서 또 한 가지 좋아진 점은 바로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회사 건물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단 몇 초에 불과하다. 왕복 몇 시간이 걸렸던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예정이냐는 질문에 브랜든은 “아직 기한을 정해놓진 않았다. 지금 5개월 살았는데 아마 당분간은 계속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글 직원이라면 누구나 본사 캠퍼스 안에 있는 25개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키친도 설치돼 있다. 이밖에 수영장·골프연습장 등도 마련돼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구글의 사원 복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글 직원이라면 누구나 본사 캠퍼스 안에 있는 25개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미국식, 중식, 일식, 멕시칸, 지중해식, 유럽식, 인도식 등 전 세계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다. 또한 각각의 건물에는 직원들이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미니 키친이 설치되어 있고, 건물 곳곳에는 직원들이 오가면서 집어먹을 수 있도록 사탕과 견과류가 들어있는 스낵통이 놓여 있다.
뿐만이 아니다. 구글 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 이용이 가능한 체육관도 있으며, 체육관 안에는 샤워실이 구비되어 있다. 이밖에 수영장, 야외 농구 코트, 골프 퍼팅 연습장 등도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피아노를 비롯한 각종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음악실과 탁구대가 있는가 하면, 강낭콩 모양의 대형 낮잠 소파가 마련되어 있는 어두컴컴한 ‘문룸’에서는 잠시 낮잠을 잘 수도 있다.
이처럼 구글이 직원들에게 잠옷, 슬리퍼, 룸서비스를 제외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모두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집이 가까운데도 아예 집에 가지 않고 회사에서 밤을 새는 직원들도 간혹 있다.
‘구글에서 살기’ 선구자라고 주장하는 전 구글 직원 매튜 위버. 그는 밴 앞에 흰색 울타리를 세워 두거나 인조잔디를 깔아 분위기를 냈으며, 매주 친구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트럭살이’를 한 것은 사실 브랜든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에 이미 이런 생활을 했던 선배는 따로 있었다. 자신이 ‘구글에서 살기’의 선구자라고 주장하는 전 구글 직원인 매튜 위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5년 7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총 54주 동안 주차장에 캠프용 밴을 주차해놓고 생활한 위버는 “밥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무료로 먹고, 샤워는 체육관 안의 샤워실을 이용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그는 밴 앞에 흰색 울타리를 세워 두거나 인조잔디를 깔아 분위기를 냈으며, 매주 목요일마다 친구들을 밴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열기도 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그는 “겨울 날씨였다”고 말했다. 2005년 겨울에는 하필 눈도 많이 왔기 때문에 더욱 고달팠다고 말하는 그는 무엇보다도 실내가 축축해지면 젖은 옷을 말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이었던 데다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트럭에서 살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는 “처음에는 모험삼아 해봤는데 너무 편해서 계속 살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난 후 여자친구가 생기자 하는 수 없이 ‘트럭살이’를 끝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60주 동안 구글 주차장에서 생활한 벤 디스코의 트럭 내부.
‘구글에서 살기’의 ‘최초’가 위버였다면 가장 오랫동안 트럭에서 살았던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벤 디스코였다. 전 구글 UI 프로그래머였던 디스코는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60주 동안 주차장에서 살았다. 당시 하와이 농장의 집을 구입하는 데 막대한 돈을 지출한 데다 이혼 수당을 지급해야 했던 그는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할 돈이 없자 하는 수 없이 ‘트럭살이’를 택했다.
1800달러(약 204만 원)를 들여 1990년식 GMC 밴츄라 밴을 산 그는 밴 뒤편에 이케아에서 구입한 매트리스를 깔고 창문에 커튼을 달아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건물 내 화장실을 이용했으며, 샤워나 세탁도 건물 안에서 전부 해결했다. 그는 “밴은 매우 편안했다. 사실 내가 묵었던 그 어떤 모텔방보다 훨씬 좋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하와이로 돌아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한때 세 달가량 주차장에서 살았던 브랜든 옥센딘은 스테이션 왜건 안에 이케아 매트리스와 커튼을 설치하고 집처럼 사용했다.
브랜든 옥센딘이라는 전 구글 시각 디자이너는 비교적 최근에 ‘구글에서 살기’를 체험했다. 2012년 6월 28일부터 2012년 9월 22일까지 세 달가량 주차장에서 살았던 옥센딘은 스테이션 왜건 안에 이케아 매트리스와 커튼을 설치하고 집처럼 사용했다. 샌프란시스코 아파트 월세였던 1600달러(약 180만 원)를 전부 저축하게 되자 금세 돈을 모았던 그는 현재 모은 돈으로 동료와 함께 다시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역에 집을 얻어 나간 상태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생활하면서 결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하는 옥센딘은 “혹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다”라고 말했다.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던 한 친구가 “구글 핸드북(직원 생활 안내서)에 따르면 구글 캠퍼스 내에 72시간 이상 머무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라고 귀띔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는 동료들에게는 샌프란시스코의 집으로 퇴근한다고 말하고는 주차장으로 몰래 돌아왔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항상 적게 소유하는 삶을 좋아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자동차를 산 후에는 항상 그 안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너무 행복했고,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혹시 주차장에 살림을 차리는 것에 대해 구글 측으로부터 저지를 당하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위버는 “회사 경비원은 내가 구글 직원인지를 확인한 후에는 저지하지 않았다”라면서 “사실 경비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오래전인 2005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구글은 지금보다 훨씬 작은 회사였다. 직원들 사이가 더 긴밀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디스코 역시 “경비원이 쫓아낸 적은 없다”면서 “처음 한 번만 찾아왔을 뿐 자신이 구글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다시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구글에서 살기’에 대해 구글 측은 직원들에게 직장에서 살림을 차리는 것을 독려하진 않지만, 회사 정책에 딱히 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버려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샌프란시스코서 살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연봉 1억 7천만원 밑으론 꿈도 꾸지마!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결코 살기 만만한 곳이 아니다. 집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들어가는 생활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가 미 전 지역의 평균 생활비보다 62.6% 더 많이 든다는 조사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전경. 이곳의 생활비는 미국 전 지역의 평균보다 62% 더 많이 든다. 검색 엔진 사이트인 ‘파인드더홈’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수도권에서 안락하게 살기 위해서는 연 소득이 총 15만 3552달러(약 1억 7000만 원)가량은 돼야 한다. 이는 두 자녀를 둔 가정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다른 미국 내 600개 도시와 비교해서 산출한 것이다. 또한 지출이 ‘50-30-20 규칙’에 따랐다는 가정 하에 적용한 것이며, 여기에서 50%는 기초생활비(주거비, 식비, 교육비, 의료비, 교통비), 30%는 재량 지출(기초 생활비 제외한 지출), 20%는 저축을 의미한다. 단, 이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살 경우에 해당하며, 만일 도심에 살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 집값의 경우 방 두 개짜리 아파트 임대료는 월평균 4000달러(약 450만 원)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취업정보업체인 ‘글라스도어’의 조사에 따르면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5만 3150달러(약 1억 7430만 원)로, 이는 미국의 IT 기업 가운데 2위 수준이다. 1위는 근소한 차이로 주니퍼 네트웍스가 차지했으며, 평균 연봉은 15만 3246달러(약 1억 7450만 원)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