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저가항공사로는 처음으로 기업공개를 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항공의 공모가는 주당 3만 원이다. 올 반기 주당순이익(EPS)이 벌써 2000원대고, 연말까지 최소 3000원은 넘어설 것으로 가정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미만이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대부분 4만 원을 넘고 있으며, 최고 4만 9000원까지 제시됐다.
공모청약에는 7조 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주당 3만 원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상장 후 상당기간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될 전망이다. 공모청약에 많은 이들이 몰린 것은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전망 덕분이다. 그 근거들은 이렇다.
우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다. 국내 LCC 수송 분담률은 국제선 기준 13.2%다. 세계 평균 28%, 동남아시아 54% 수준보다 낮다. 게다가 중국의 항공 수요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1위로, 경쟁사 대비 항공권 가격이 10~20% 저렴해 탑승률이 83%에 달한다. 수위 업체로서 성장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황금알을 낳는다’는 부가서비스 사업의 확장 가능성이다.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권 판매 자체로는 거의 이익이 남지 않는다. 대신 각종 고객편의 서비스로 이윤을 남긴다. 이익률이 80%에 달한다. 컵라면을 5000원에 팔고, 좌석별로 다른 값을 매기고, 어차피 빈자리가 될 좌석을 묶어 파는 등의 방법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전체 매출의 7%인 부가서비스 매출 비율을 2020년까지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높은 탑승률을 바탕으로 부가서비스 이용이 늘어난다면 이익성장이 가파를 것이란 기대다.
계열사 지원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주요주주인 애경유화공업의 부채가 많지만, 다른 주요 계열사들은 재무적으로 건전한 편이다. 기댈 언덕이 없는 아시아나항공이나, 한진해운과 호텔사업이라는 부담을 지고 있는 대한항공보다는 홀가분한 상황이다.
수급 상황도 일단 나쁘지 않다. 상장 후 주식 구성을 보면 AK홀딩스가 57.2%, 애경유지공업 10.3% 등이다. 제주도(3.9%), 우리사주(5.8%)까지 합하면 최대 및 주요주주 지분율이 77.2%다. 일반주주 21%(543만 주) 가운데 기관투자자 330만 주를 제외하면 개인주주 물량은 발행주식수(2591만 주)의 10%도 안 되는 210만 주에 불과하다. 유통물량이 작아 적은 주문에도 주가가 쉽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화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주식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제주항공 투자에 주의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제주항공 공모가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은 회사들은 여행사들이다. FSC와는 제품 수명주기가 달라 LCC에 적절한 가치산정 방법을 찾기 어렵지만, 여행사들과 동반 성장하는 사업의 특성을 감안한 결과다. 게다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한 비교대상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아예 감안이 되지 않았다.
익명의 한 기관투자자는 “여행사와 저가항공사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유형자산인 항공기와 연관된 위험이나, 항공기 리스나 구매에 따른 이자부담 등은 여행사와 다른 부분”이라면서 “이번 공모가 산정 때는 여행사만 고려해도 됐지만, 앞으로는 운항기 대수를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항공사만의 새로운 위험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을 앞두고 회사 측이 실적을 최대한 좋게 포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B투자증권 신지윤 연구원은 “부가매출 비중이 7% 이하이고 비용구조 최적화가 안 된 2015년 상반기의 영업이익률 10.7%는 저유가, 혹은 대규모 비용 반영을 하반기로 미룬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까지 일부 자본잠식이었던 재무제표를 상반기 실적으로 해소하고 상장심사를 통과한 점에서 일부 비용 반영을 하반기, 특히 연말로 미뤘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직원들에 부여한 스톡옵션도 변수다. 내년 3월 20일부터 주당 7000원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이 45만 주나 된다. 상당한 차익을 거둔다면 이번 상장에 따른 보호예수가 풀리는 내년 6월 전에 실현에 나설 수 있다.
아울러 향후 항공기 도입 등에 따른 투자비용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22대인 항공기 운영대수를 2018년까지 34대로 늘릴 계획이다. 직접 구매가 아닌 리스로 도입할 방침이지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재무적으로는 분명 부담요인이다.
부담을 줄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원래 상장의 목적이 저원가 자금조달이다. 제주항공은 모그룹 지원 가능성은 크지 않고, 현재 최대주주 지분율도 높아 타인자본 유치 가능성은 늘 감안해야 할 변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