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갑은 김문수 전 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의 경쟁으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대구를 만만하게 보믄 안되지예. 갑자기 내려와서리 찍어 달라카면 누가 좋다고 하겠심꺼?”
2일 대구 범어동 사거리에서 만난 김혜은 씨(여·53)는 김문수 전 지사의 ‘대구 도전’에 대해 불만섞인 목소리를 털어놨다. 그동안 대구와 아무 연고도 없다가 ‘고향’이라며 갑자기 찾아온 김 전 지사가 마땅치 않은 눈치였다. 김 씨는 “김 전 지사가 여기서 무슨 일을 하겠심꺼. 경기도랑 대구는 많이 다릅니더. 대구를 좀 알아야지예”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범어역에서 퇴근 중이던 김진하 씨(49)는 “그래도 대구하믄 여당을 찍어야지 안 그렇겠습니꺼. 김문수가 그래도 새누리당에 오래 있었으니께 잘할겝니더”라고 말했다.
이렇듯 대구 민심은 지금 엇갈림에 서있다. 여론조사만 봐도 그렇다. 지난 10월 1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김 전 의원(51.4%)이 김 전 지사(37.2%)를 14%포인트 차로 한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알앤써치’ 조사에서는 오히려 김 전 지사(45.9%)가 김 전 의원(41.3%)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는 또 다르다. 10월 4일 <영남일보>와 ‘폴스미스’가 대구 수성구갑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도에서 김 전 의원(44.3%)이 김 전 지사(36.8%)를 7.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누가 앞서나가는가’ 보다 왜 이리 ‘엎치락뒤치락’ 하는지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린다. <일요신문>과 직접 만난 대구 한 지역 보좌관은 “일종의 딜레마다. 당은 당연히 여당인데, 인물은 (대구에) 낯이 익은 김부겸 전 의원에게 쏠리는 듯하다. 김문수 전 지사는 당을 내세우고, 김 전 의원은 인물로 맞서니 대구 시민들 고민이 깊어진다. 사실상 막상막하다”라고 평했다.
때문에 김 전 의원이 뭔가 ‘변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도 상당하다. <일요신문>은 여론의 바로미터인 다수의 택시기사들을 접촉했다. 상당수가 김 전 의원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40대 택시기사 김 아무개 씨는 “마 대구 사람이 원래 의리 아닌교. 김부겸이가 그동안 고생 많이 했제. 인물이 싫은 건 아이다”라며 “당을 바꾸든제 무소속으로 나오든제카믄 참 좋을텐데 고마”라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택시기사는 “실제로 김부겸이가 무소속으로 나오믄 찍는다는 승객 많습니더. 새정치만 아니면 제가 볼 땐 백프로 됩니더. 본인한테 얘기도 많이 한다는데예. 맞습니꺼”라고 반문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은 ‘떨떠름’해도, ‘무소속 김부겸’은 ‘적극 찬성’한다는 지역 민심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 측은 “다른 이유이면 몰라도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탈당하는 것은 명분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김 전 의원이 내년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간판으로 출마한 김문수 전 지사가 인지도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승부의 관건이다. 김 전 지사를 만난 한 추어탕 집 주인은 “아이고 지사님”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주인은 “지사님 추어탕 많이 잡수시고 경제 좀 살려주이소. 사랑합니더”라고 응원했다. 김 전 지사는 “마 여기 맛있구마. 감사합니더”라며 사투리를 쓰며 응수했다. <일요신문> 취재진과 동행할 동안 김 전 지사의 얼굴을 알아본 대구 시민들은 직접 악수를 청하며 다가오기도 했다.
김 전 지사의 이러한 인지도는 결국 선거 국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이라는 든든한 배경에 인물 경쟁력까지 합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김 전 의원 측은 ‘그래도 수성구갑인데’라는 믿음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현 대구시장)를 상대로 대구 수성에서만 2%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는 곧 적어도 수성구갑에서의 인지도는 김부겸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요신문>과 만난 대구 지역 언론사의 한 기자는 지난 지방선거와 다가올 총선은 확실히 ‘결’이 다를 것으로 관측했다. 지역 언론사 한 기자는 “김 전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성구갑에서 이겼다는 사실, 이 지점을 내세우며 낙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권영진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인지도가 현저히 낮았다. 당시 취재를 해봤는데, ‘어차피 권영진이 될 텐데, 김부겸이 그래도 고생했으니까 표를 좀 주자’라는 게 대다수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었다”라며 “하지만 김문수는 거물이다. 대구나 전국을 통틀어도 지명도는 최고급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박빙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투표장에서는 1번을 찍는 게 대구 민심이다. 대구에서 ‘새정치’ 간판 달고 이기는 모양새는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총선의 또 다른 승부처는 ‘젊은층’의 표심이다. 경북대학교 정문에서 만난 문예찬 씨(22)는 “나는 무조건 김부겸을 찍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문 씨는 “기성세대라면 몰라도 젊은층에게 새누리당은 대구에서 더 이상 매력이 없다. 특히 이번 국정교과서를 봐라. 역사의 영역을 왜 정치로 끌어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이고 인물이고 바꿔야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화 말미에 문 씨는 “하지만 김부겸은 되기 힘들 것이다. 아직은…”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슬기 씨(29) 또한 “고여 있으면 썩는 법이다. 대통령에 대한 믿음은 있지만 김문수는 글쎄”라고 전했다. 젊은층 밑바닥에서는 뭔가 변화를 꿈꾸는 여론이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부분이다.
결국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사람의 총선 전초 대결은 ‘당이냐, 인물이냐’의 싸움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구’보다는 ‘대선’을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결국 두 사람 다 대구를 보는 게 아이다. 결국 대선 아잉교. 다 아무 의미 없다. 누가 이겨봤자 머하겠노”라고 말했다.
과연 20대 총선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대구 수성구갑 유권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벌써부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