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지천면의 한 가족묘원지구에 마련된 조희팔 묘. 묘비에는 아내 이름은 없고 아들과 딸의 이름만 새겨져 있다.
조희팔(58)은 1957년 3월 15일 경상북도 영천군(현 영천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창녕이다. 8남매인 조희팔의 형제 이름과 4촌, 6촌의 이름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글자는 ‘희’다. 항렬이 ‘희’라는 의미다. 또 조희팔 자녀의 이름에서 공통적으로 ‘현’자가 쓰여 다음 세대의 항렬은 ‘현’인 것으로 추정된다. 창녕 조씨 시중공파 항렬표를 살펴보면 34대손의 항렬이 기(基), 희(喜), 재(圭)이며, 35대손의 항렬이 호(鎬), 현(鉉), 종(鍾)인 점으로 미뤄 조희팔은 창녕 조씨 시중공파의 34대손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조희팔의 형제자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나, 정황상 일곱째인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형인 조 아무개 씨(67)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희팔에 대해 “막냇동생”이라고 밝혔으며, 부산·경남 챌린 법인에서 센터 국장직을 지낸 친여동생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희팔은 셋째 형으로부터 다단계 사기 비법을 전수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최초 다단계회사인 (주)SMK에서 고위직을 지낸 셋째 형이 조희팔을 다단계에 입문시켰던 것이다. 후문에 따르면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초등학교 졸업 직후 대구로 넘어온 조희팔이 냉동식품 창고에서 일하며 대구 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동성로파 일원과 어울리자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긴 셋째 형이 조희팔을 자신의 회사로 영입시켰다. SMK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희팔은 47세가 되던 2004년 10월 대구시 동구 신천동의 한 빌딩에 (주)BMC라는 간판을 내걸고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셋째 형 조 씨는 현재 조희팔이 거주했던 대구시 동구 소재의 84㎡(25평) 아파트에 8년째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가 거주 중인 아파트가 조희팔의 은닉재산의 일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조 씨는 이 부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현재 공시지가는 1억 8400만 원이다.
그는 지난 1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희팔이는 분명히 죽었으며 납골묘가 그 증거”라면서 “저승에 가야 희팔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생 때문에 경찰과 언론으로부터 7년 이상 시달리며 살고 있다”며 “세상이 모두 비난하고 있지만 내가 희팔이의 셋째 형이라는 것을 절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국 49개 센터의 다단계 사업을 운영했던 조희팔은 막내 여동생에게 부산·경남 지역 법인인 챌린의 한 센터 국장직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챌린 법인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조희팔이 의료기기 보유대수를 100대 단위로 미뤄줘 매달 수익금만 1000만~2000만 원씩 챙겨갈 수 있게 도와줬다”며 “공과 사 구분이 뚜렷했던 조희팔이 따로 은닉재산 일부를 여동생에게 챙겨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희팔은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둘째 형인 조 아무개 씨(72)에게만 법인 대표이사직을 내줬다. 부산 누리마루백화점의 대표이사를 지낸 둘째 형은 당시 시가 300억~500억 원에 달하는 백화점을 126억 원에 처분한 후 판매 대금을 착복한 혐의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고령 등의 이유로 2010년 11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둘째 형의 아들도 조희팔이 은낙재산으로 마련한 부곡로얄호텔의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이외 조희팔의 형제자매 중에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에 연루된 인물은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단체 측은 “조희팔의 다른 한 형은 조희팔 사업에 1억 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면서 “공과 사 구분이 확실했던 조희팔은 이들을 제외한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는 사업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조희팔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 씨 네 명은 친인척이 아닌 창녕 조 씨들”이라면서 “조희팔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라 학벌 콤플렉스와 자격지심이 심했으며 초등학교 동창들과 창녕 조 씨를 맹신했다”고 말했다.
최근 조희팔과 6촌 관계인 조 아무개 씨에게 은닉재산 일부가 보관 중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 한 시골마을에 거주 중인 농부 조 씨가 조희팔 밀항 직후 인근 은행장들과 잦은 왕래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조희팔 부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검·경 측이 조희팔에 부인에 대해 일체 조사를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피해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구지방검찰청과 대구지방경찰청은 “배우자에 대해 파악된 바 없으며, 이혼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단체 측은 “다단계 사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에 대해서는 일체 비밀로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조희팔은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가족을 철저하게 숨겨왔으며 이혼 사실도 소문으로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의 한 가족묘원지구에 마련된 조희팔 묘지의 묘비에는 배우자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창녕조공희팔가족지묘’라고 적힌 묘비에는 아들과 딸의 이름만 새겨져 있었다. 조희팔의 자녀는 공식적으로는 1남1녀로 알려졌다.
한 장묘토탈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가족지묘라면 배우자와 자녀의 이름을 모두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망 당시 이혼은 했으나 재혼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희팔의 셋째 형이 거주 중인 아파트는 조희팔의 아내로 추정되는 장 아무개 씨(65)가 2007년 8월 24일에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 씨가 조희팔로부터 위자료 명목으로 아파트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장 씨가 조희팔의 전 부인일 경우 조희팔은 7살 연상녀와 결혼한 셈이다. 후문에 따르면 조희팔의 전 부인은 화장품다단계 업체에 근무했으며 조희팔의 내연녀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와는 회사 동료였다고 한다.
지난달 20일 대구시 동구 효목동의 한 사무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유 아무개 씨(46)는 외조카(조희팔 전 부인 언니의 아들)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생질(조희팔 친누나의 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동부경찰서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유 씨의 위에서 항우울증제와 수면제인 미르타자핀·졸피뎀이 다량 발견돼 사인은 급성 약물중독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조희팔은 불법 다단계에 자녀를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조희팔이 밀항 직전 꾸린 채권단을 통해 생활비만 일부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아들은 그동안 핸드폰 판매업 등의 서비스 사업을 운영해왔으나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명품을 치장하고 다니고 해외를 자주 드나드는 점을 미뤄보면 누군가가 아들의 자립을 꾸준히 지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5월, 조희팔이 자녀와 접촉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조희팔 가족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딸의 일기장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너무 슬프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딸은 올해 초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혼식장에서 조희팔을 본 목격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법인인 씨엔에서 근무했던 한 피해자는 조희팔의 자녀가 한 명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 조희팔로부터 “핏덩이가 하나 생겼다”는 말을 직접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연녀 정 씨(50)가 2008년 11월 무렵 조희팔의 자녀를 출산했으며 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 씨는 조희팔의 장례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조희팔과 정 씨가 재혼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정 씨가 조희팔이 밀항한 이후에도 계속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대구지방경찰청은 조팔의 아들이 2011년 중국에서 조희팔로부터 위안화로 12억 원을 받아 차명계좌에 보관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아들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희팔 사건 재수사에서 조희팔 직계가족이 처벌 대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전 부인과 딸도 조희팔로부터 은닉재산의 일부를 받고 관리 중일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검경과 피해자단체 측은 전 부인과 두 자녀에게 은닉재산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장을 고수해왔다. 검경이 조희팔의 전 부인에 대한 정보를 일체 파악하지 못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조희팔 아들의 구속영장 발부로 조희팔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8년 만에 이뤄질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조희팔이 양아들로 삼고 싶어 했던 인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 지역의 폭력조직 출신 조 아무개 씨(47)가 창녕 조씨라는 이유로 조희팔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조 씨는 부산·경남 지역 법인인 챌린의 다단계 사업에 관여한 바 있으며, 조희팔의 중국 밀항을 도운 민간양식업자인 박창희 선주(48)를 섭외한 인물로 알려진다.
조희팔 내연녀에 대한 관심도 주목된다. 조희팔은 여성 편력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항간에는 49개 센터에 내연녀 한두 명씩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피해자단체 측 한 관계자는 “부산 광안리 일대의 한 룸살롱을 자주 드나들던 조희팔은 매일 여자를 바꿔가며 마약과 섹스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내연녀로 알려진 인물은 정 씨와 김 씨 두 명으로 총 세 명이다. 정 씨는 조희팔로부터 ‘윤희’로 불렸으며, 조희팔이 지인들에게 “우리 윤희는 내 심장이야”라고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정 씨는 조희팔의 딸을 낳았다는 소문이 있으며,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 이강경 법무팀장은 “(조희팔이) 정 씨에게 화장품 가게를 차려줬다”고 지난 2010년 말한 바 있다.
조희팔이 밀항하기 직전 40여 일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내연녀는 김 아무개 씨(42)다. 골프장 캐디 출신은 그녀는 골프장에서 조희팔과 눈이 맞아 관계를 이어갔으며 내연녀 세 명 중 가장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희팔의 양아들로 통했던 조 씨의 주장에 따르면 조희팔이 밀항하기 직전, 로비 대상자 명단이 작성된 수첩을 김 씨에게 직접 전하며 “불에 태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이 상황을 지켜본 조 씨는 조희팔 몰래 김 씨에게 안전을 위해 태우지 말고 보관해둘 것을 권했다고 한다.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 이강경 법무팀장은 당시 30대였던 김 씨에 대해 “(조희팔이) 수억짜리 차와 집을 사줬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10년 밀항방조죄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희팔 전 부인의 직장 동료였던 또 다른 내연녀 김 씨는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2011년 12월 19일 중국 연대시에서 조희팔과 함께 있었다. 조희팔의 생질인 유 씨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통해 조희팔의 사망이 김 씨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김 씨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지난 6일 검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