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지의원 강세희 원장
일명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은 5년 전에는 마약류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사용하면 마약처럼 중독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 항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됐다
◇프로포폴은 정말 마약일까?
약물 중단 시 그 의존성으로 인해 신체적ㆍ심리적 금단 증상이 나타나야 마약이다. 프로포폴은 약물 중단 시 신체적으로 변화가 온다거나 심리적으로 불안, 초조한 금단증상이 없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마약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개념으로 본다면 담배나 커피가 더 마약에 가깝다
실제로 프로포폴에 대한 반응이나 느낌은 개인차가 심하다. 숙면을 취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는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아무느낌이 없는 사람도 있다. 울렁거림이 있어 오히려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과하게 개운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졌던 사람이 심리적 의존성을 가지기 쉬워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프로포폴은 수면 유도가 빠르고 마취 후 회복도 빠른 매우 좋은 수면 유도제이지만 규제가 없으면 오남용이 되기 쉬운 약물이다. 또 일차 병원에서 진정 및 수술시 많이 사용하는 마취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병원 관리 편의 및 통계데이터 수집 차원에서 마약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이유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프로포폴 마취는 마취인가 수면유도인가?
대부분의 환자는 프로포폴이 전신마취가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프로포폴 마취와 기계호흡을 하며 진행하는 전신마취는 다르다. 실제로 프로포폴은 전신마취 직전 마취 유도제로 사용하고 있다.
수면은 꿈을 꾸는 얕은 수면단계(램수면)가 있고 꿈을 꾸지 않고 신체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깊은 수면 단계가 있다. 수면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외부에 대한 자극에 대한 반응이 떨어진다. 실제로 깊이 잠들었을 때 부르거나 흔들어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나중에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깊은 수면 단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실제로 진통효과가 있지도 않고 전신마취처럼 자가호흡을 없애거나 의식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지만 깊은 수면을 유도함으로써 전신 마취상태와 유사한 상태로 만들어 마취 효과를 내게 된다. 깊은 수면을 유도하기 때문에 프로포폴을 투여한 후에는 잘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 든다. 따라서 프로포폴은 전신마취와는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프로포폴 마취 후 사망?
프로포폴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농도로 투여 시 자가호흡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신마취의 경우, 기관을 삽관하고 산소를 투여하기 때문에 자가호흡 유무가 상관이 없지만 프로포폴 수면유도의 경우는 기관을 삽관하지 않은 상태로 투여하기 때문에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인 기도 폐쇄 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되고 산소공급이 잘 안되게 된다.
특히 바로 눕는 자세이거나 수술 및 시술시 자세를 바꾸는 경우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 기도를 막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술자는 프로포폴 투여 시 항상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포화도가 떨어졌을 경우 기도를 유지해주거나 산소를 투여하는 등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뇌는 5분 이상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산소포화도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될 경우 뇌사나 뇌졸증, 심지어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성형외과의 의료사고의 경우에도 그런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프로포폴은 전신마취를 대체하고 있는 효능대부 부작용이 적은 아주 좋은 마취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엄격하게 투여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독이 든 우유`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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