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형제의 산소를 찾을 생각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지난 5일 가장 먼저 고향 방문길에 나선 김씨 어르신은 구 담당자를 만나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는 지난 5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쪽방촌 주민의 고향 방문을 처음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 추석을 맞아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 쪽방촌에서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왼쪽)과 쪽방촌 주민들이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다.
동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회장 신동욱)가 주관하는 이번 고향 방문에는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이 고향인 쪽방촌 주민 12명이 참여한다. 신청자 대부분이 KTX나 고속버스 푯값이 부담될 만큼 생활이 어려워 고향 방문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구 관계자는 “쪽방촌 주민들이 형편상 고향에 가기 힘들었던 만큼 동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가 차표와 고향에 가져갈 선물 등을 마련했다”면서 “이번 귀향을 통해 이들이 소원했던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찾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구는 사정상 고향에 가지 못하는 쪽방촌 장애인과 홀몸어르신 9명에게는 가을 나들이를 지원한다. 국‧시비 지원 및 동화세상에듀코의 도움으로 참가자들은 10일부터 11일까지 1박2일 동안 전남 담양군 및 여수시, 전북 순창군 일대를 방문하게 된다.
이번 나들이는 담양군의 메타세콰이어길을 산책하고 죽녹원 대나무밭에서 죽림욕을 체험하는 등 힐링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또 순창군에서는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강천산 단풍구경을, 전남 여수에서는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상 케이블카 및 크루즈 체험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가을 나들이 참가자 안씨 어르신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의지했던 이웃과 함께 처음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이라 설렌다”면서 “고향에 가지 못해 울적한 마음을 털어내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오겠다”고 전했다.
김미영 사회복지과장은 “쪽방촌 거주자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손잡고 합동차례 및 이‧미용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쪽방촌 주민들이 삶의 시름을 덜고 이웃의 온정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 고향방문 및 가을나들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