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의 배우 정재연. (제공=한스타미디어)
정재연은 지난 1998년 어린 아동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KBS <지구용사 백터맨> 2기의 ‘버지니아 공주’로 데뷔하며 대중들에게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한국에서 드라마와 MC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돌연 중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니하오’ 인사말도 모르고 무작정 진출한 중국 연예계 활동이지만, 정재연은 중국드라마 <댜오만 공주>(2006)를 시작으로 서서히 활동영역을 넓혔다. 이후 가수로 전향, 화려한 퍼포먼스로 중무장한 정재연의 앨범은 중국 각종 공연 섭외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던 정재연은 10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영화 <폴라로이드>(2014)에서 주인공의 철부지 엄마 은주 역을 훌륭히 소화, 대중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데뷔 이후 17년 동안 끊임없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정재연이 이번에는 어떻게 야구라는 스포츠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을까.
정재연은 “지난 7월초 연예인 동료가 야구 연습을 한다는 소식에 야구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연예계 데뷔 전 에어로빅 선수로 활동한 경험과 킥복싱도 배웠던 만큼 거친 운동을 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또한 낙천적인 성격인 탓에 자신감도 충만했다.
사진=우아하고 유연한 야구폼이 정재연의 장점이다. (제공=한스타미디어)
그렇게 정재연은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진행된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 정기연습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정재연은 “첫날 개그우먼 서성금과 같이 기초 체력훈련 후 난생 처음으로 캐치볼이란 것을 하게 됐어요. 서로 던지면서 받고, 또 던지면서 받고. 제대로는 아니지만 받아지고 던져지네. 엄청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신나게 캐치볼 연습에 임했지만, 야구는 그간 그가 해왔던 다른 운동과는 달랐다.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서성금이 던진 공이 그대로 정재연의 안면을 강타한 것. 그는 “순간 공이 안 보이면서 딱 맞았는데 ‘나 죽었다.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연습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될까봐 최대한 아픔을 참고 일단 훈련을 마쳤죠. 집에 돌아와 약 바르고 얼음찜질을 하는데 머리 속에 쥐가 났어요. 마음먹고 나온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없었구요”라며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현재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에 맞은 얼굴 부위는 약간의 통증이 남아있다.
하지만 혹독한 신고식 덕분에 정재연은 더욱 야구에 빠져들 수 있었다. “오히려 그때의 아픈 경험이 좋은 약이 된 거죠. 다음 훈련에서 캐치볼 연습할 때 또 달라진 내가 보이더라구요. 겨우 한번 연습했는데 몸이 바로 반응을 했어요. 그러면서 던지는 것도 빨라지고 받는 것도 과감해졌어요.”
사진=배우 정재연. (제공=제이엔디베르티스망)
정재연은 가녀린 몸매와 동안 얼굴을 보이고 있지만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 내에서 천은숙 다음으로 서열 2위다. 정재연보다 어리고 강한 체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무한 경쟁 속에서 그가 빛을 발하는 장점은 유연하고 우아한 야구폼이다.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 이한상 코치는 “근력이 약간 부족하지만 기초 자세가 유연하고 보기 좋다. 또한 누구보다 꾸준하고 근성 있게 야구를 즐기고 있어서 보기 좋다”며 ”특히 타격시 정확한 배팅 포인트가 정재연의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이러한 반응에 정재연은 “동료들이나 코치분들이 평소 자세가 너무 이쁘다고 말해요. 사실 저는 자세가 안 예쁘면 무슨 운동이든 하기 싫더라구요.(웃음) 그래서 초반 기초훈련 때 많이 집중했어요”라고 답했다.
정재연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주의 깊은 ‘관찰력’이다. 훈련시에는 누구보다 집중하고 남의 동작을 따라하려고 노력한다. “동료들이 야구하는 모습도 연습시에 늘 지켜보고 있어요. 눈으로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거든요. 야구단 내에서 모델 김정화·황유미, 개그우먼 황지현, 배우 박지아는 여자임에도 남자보다 더 잘해요. 박기량도 치어리더라서 그런지 몸에서 절제되어 있는 듯한 유연성 때문에 자세가 예뻐요. 동료선수들을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배워요. 제가 이 나이에 이렇게 하는 거 대단하지 않나요.” (웃음)
그렇다면 정재연의 야구단에서 목표는 무엇일까. 정재연은 “도루왕에 등극해 팀 득점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뛰는 게 정말 자신 있어요. 공 받는 것도 재미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뛰어서 득점에 기여를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친근감, 진심, 도전’은 정재연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단어들이다.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정재연은 주위를 따뜻하게 포용할 줄 아는 마음씨를 지녔다. 정재연은 “제가 생긴 거랑 다르게 엄청 털털하고 또 무모하다는 애기를 많이 들어요”라며 맨 처음 중국무대에 진출했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예인과 스태프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란 것이 있어요. 거기다가 국적과 언어 차이까지 있어 그 벽은 더 두꺼웠어요. 저는 그런 격식이 싫었어요. 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니하오’도 모르던 제가 먼저 가서 인사를 하고 장난을 걸었죠. 그러면서 저도 중국어를 배우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스태프들과 친구, 누나, 언니, 동생, 이모가 됐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중국인보다 더 중국어를 잘하게 됐고, 10년이나 중국 연예계에 있었어요.”
사진=제3회 구로 국제 어린이 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 나선 정재연. (제공=제이엔디베르티스망)
정재연은 자신이 첫 주연으로 나선 영화 <폴라로이드>의 국내외 영화제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폴라로이드>에 대해 “흥행에 있어 아쉬운 면이 있지만, 가족영화로서는 우리가 원하던 것을 보여줬어요. 국내외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 감사합니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정재연은 이달 말부터는 일본제작사와 손잡고 3D 입체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라 귀띔했다.
항상 신인의 모습으로 도전하는 배우 정재연이 야구에서도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40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은 지난 7월부터 일주일에 1~2회 단체연습에 돌입했으며 내년 한국여자야구연맹에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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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