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비노계와 탈당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체제’ 전환의 분수령을 맞았지만, 이를 끌고 갈 동력이 마땅치 않아서다. 조직력은 모래알 수준이다. ‘왜 반문(반문재인)이냐’라는 원론적인 질문의 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탈당을 한들, 20대 총선 당선은커녕 야권 분열의 잔혹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1일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 의원들이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력이 약하다 보니, 반문 조직만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지난 11일 새정치연합 비주류 인사들이 모인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이 출범했다. 간사인 문병호 의원을 비롯해 이상민 노웅래 유성엽 이춘석 정성호 최재천 권은희 송호창 최원식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진영논리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거대 양당 중심의 독과점적 정당체계는 타파돼야 한다”며 △권역별 연동형(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다당제 확립 △연정형 권력구조 제도화 등을 정치혁신으로 제시했다. 문 의원은 “늦어도 내년 1월 전에 통합 전당대회를 열고 지도부 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주류에선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비주류 세 결집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당내 최대 비주류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중 일부만 참석한 것을 놓고 “비주류는 역시 모래알 조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주류 최규성 의원이 서명 받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소집 요구서도 43명으로 줄었다. 지난 10월 서명 의원이 80여 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절반으로 준 셈이다. 의총 소집 요건인 재적 의원(128명)의 3분의 1(43명)을 간신히 넘었다.
당내 중간지대 모임인 ‘통합행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모였다. 하지만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한 채 ‘돌출 발언’으로 당내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0월 중순 조직 내 합의 없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신당파를 아우르는 통합 전대를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개최해야 한다”며 “여기에 문 대표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화 정국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당 내홍이 급부상했다.
북 콘서트로 강연 정치를 펼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은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역할론을 주장하는 한편, ‘정당 기호순번제’ 폐지를 촉구했다. 본인은 극구 부인했지만, 김영춘 전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부산 영도 출마설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름만 통합행동이지, 사실상 ‘분열행동’을 일삼고 있는 셈이다.
야권 발 정계개편 변수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통합 작업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당내 복수 인사들이 통합을 위해 물밑에서 천 의원과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즉각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관심이 없다”고 반박한 뒤 18일 창당추진위원 출범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 플랜은 밝히지 않았다. 바야흐로 반문그룹의 수난시대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