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김 씨가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비밀 장부의 정관계 로비 명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조희팔은 정관계 인사를 직접 만나 로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로비리스트 역할을 수행했던 최측근 5인의 로비 명단과 중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피해자단체의 주장이다. 로비리스트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리브 법인(서울·경기·인천·서산 지역)의 김근호·김 아무개 씨 형제, 씨엔 법인(대구·경북 지역)의 강태용·강호용 형제, 챌린 법인(부산·경남 지역)의 조 아무개 씨(47)다. 이들이 각각 담당 지역의 검경에 대한 로비를 담당했다는 게 피해자단체의 주장이다.
피해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조희팔은 3대 법인의 핵심 인물에게 철저하게 역할을 분배했었다”며 “이들 모두 친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조희팔로부터 로비를 받은 지역 검경 관계자에 대한 조사는 강태용의 국내 소환만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김 씨와 평소 친하게 지냈던 챌린 법인의 조 씨가 조희팔이 직접 작성한 로비 명단에 대해 일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강태용·강호용 형제와 함께 로비를 담당했던 곽 아무개 씨(현재 수감중)가 더 광범위한 로비 리스트를 갖고 있는 조 씨를 견제하고 있다는 측근의 제보가 들어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단체 측은 조희팔의 내연녀 김 씨(42)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비밀수첩을 갖고 있었기에 집행유예가 가능했을 것이라 보고 있는 것. 또한 조희팔의 밀항동행인 홍 아무개 씨의 최근 주장도 눈길을 끈다. 홍 씨는 자신이 지난 2008년 12월 수사당국의 진술조사에서 김 씨가 소지하고 있는 비밀수첩에 대해 밝혔음에도 관련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가 확보한 내연녀 김 씨의 재판 기록을 살펴보면 김 씨는 범인도피 및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만 인정됐으며, 비밀수첩과 관련된 진술은 일체 기재돼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조희팔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관계 인사가 김 씨 수사에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표창원 범죄심리전문가는 조희팔사건에 대해 ‘대한민국의 총체적 불합리와 부정부패가 숨겨진 사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