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다음날 프랑스 군인이 에펠탑 근처에서 삼엄한 경비를 펴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 시간) 밤 9시 20분부터 자정까지 시내 6곳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해 129명이 사망하고 352명이 부상을 당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공동성명을 통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으나 성명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가 그동안 이라크에서만 미국 주도 대 IS 공급에 동참해오다 지난 9월부터 난민 문제 해결 차원에서 시리아 공습에도 동참해 IS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IS를 지목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전대미문의 테러’라 규정하고 프랑스 전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또 괴한의 공격을 ‘전쟁 행위’라 규정하면서 ‘전쟁에 직면한 프랑스는 반드시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파리 시내 6곳 연쇄 테러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파리 시내 10구와 11구에 위치한 극장과 식당 등 6곳에서 소총과 폭탄을 든 괴한이 연쇄 테러를 일으켜 129명의 사망자과 35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부상자 가운데 80여 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13일 밤 프랑스 파리의 공연장 등 6곳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터져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파리의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이 긴급히 후송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곳은 미국 록밴드의 공연이 진행 중이던 파리 11구 볼테르 가의 바타클랑 콘서트홀이다. 이곳에서만 8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앞서 13일 밤 10시께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 4명이 콘서트홀로 난입해 새벽 1시까지 인질극을 벌이다 관람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10~15분가량 관람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타클랑 콘서트홀은 지난 1월 IS 공격이 있었던 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프랑스와 독일 국가대표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린 파리 외곽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외부에서는 2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긴급 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 10구 비샤 가의 캄보디아 식당(14명 사망)과 샤론 가의 일본 식당(18명 사망), 퐁텐 오 루아 가의 레스토랑(5명 사망), 볼테르 가(1명 사망)에서도 테러범이 총기를 난사해 38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테러범은 9명이다. 이 중 7명은 폭탄 벨트를 터트려 자폭했으며 1명은 현지 출동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사망한 테러범 중 1명은 파리 남쪽 쿠쿠론 태생의 29세 프랑스인으로 밝혀졌다.
# 테러는 IS의 소행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된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의 공식 선전매체를 통해 “8명의 형제가 자살폭탄 벨트와 자동소총으로 십자군 프랑스 수도의 여러 곳을 공격했다. 프랑스와 이들을 추종하는 자들은 IS의 표적으로 남아있다. 프랑스는 무슬림을 공습하고 예언자 모하마드를 모욕하는 데 앞장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가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동참해 보복과 경고의 의미로 테러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프랑스 입법 대표단과 만나 “프랑스의 잘못된 정책이 테러를 확산시켰다”며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와 지난 5년간 시리아 등지에서 일어난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IS는 지난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공격(41명 사망)과 지난달 31일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 추락사고(224명 사망), 지난달 10일 터키 앙카라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102명 사망)가 모두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9월 30일부터 시리아 공습에 동참했으며 IS로부터 ‘러시아를 정복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 2차 대전 이후 첫 국가비상사태 선포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발생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발생 직후 TV 연설을 통해 “프랑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할 것”고 발표하면서 오는 15일부터 16일까지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범인 도주 예방을 위해 임시로 국경을 봉쇄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야간 통행금지 시행 권한을 부여했다. 또 16일까지 희생자 애도 기간으로 정했으며 파리 전역에는 15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도 TV 연설을 통해 19일까지 공공장소에서의 모든 시위 및 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14일 개최 예정이었던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가 전면 취소됐으며, 부상자 치료를 위해 시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를 추가 투입됐다. 프랑스 정부는 페이스북에 ‘파리 테러 공격’ 안전 검색기능을 추가했으며 트위터에 ‘@PorteOuverteFRA’ 해시태그를 개설해 대피 시민을 위한 임시 거처를 제공토록 했다.
# 전 세계 정상들의 애도
전 세계 정상들은 올랑드 대통령에 조전을 보내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테러에 대해 “전 인류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색출해 내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협력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전했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프랑스에 도움이 되는 한 어떤 일도 기꺼이 도울 것”,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공격은 명백한 테러이며 희생자들과 유가족, 파리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조전을 보냈다. 스페인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외무장관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공격”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깊은 애도를 전한다. 테러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용납돼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테러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공격 행위로서 우리 정부는 테러 근절을 위한 프랑스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테러 척결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갈 것이다”는 내용이 담긴 조전을 보냈다.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도 조전을 통해 “중국 정부와 시민을 대표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벨기에 정부는 프랑스로부터 들어오는 도로, 철도, 항공편의 검색 강화를 통해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벨기에 얀 얌본 내무장관은 “아직 테러 경계 수준은 상향하지 않았으나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마르크 뤼테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IS는 네덜란드의 적”이라고 강조하면서 프랑스를 잇는 교통수단의 검색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도 공항, 철도, 육로, 선박 등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탈리아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은 “군이 언제든지 비상사태에 개입할 수 있도록 700명의 군인을 로마에 주둔시킬 것”이라며 “로마, 밀라노, 토리노 등 주요 도시 경찰본부에도 경계 근무를 더욱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 세계 1위 관광대국 비상
이번 테러로 인해 세계 1위 관광대국 프랑스 관광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프랑스 정부의 지시로 관광명소인 에펠탑과 디즈니랜드,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이 문을 닫았다. 또 스포츠경기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 콘서트홀, 극장도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경 폐쇄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인접국의 국경 이동에도 불편을 겪고 있다. 여행객과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된 이유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 스타 고속열차가 손님 없이 텅 빈 채 운행했으며, 아메리칸항공도 당분간 파리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2차 IS 테러가 발생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당분간 발길을 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외교통상부 조태열 제2차관 주재로 ‘재외국민 안전대책 및 종합상황 점검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 국민안전처,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는 “현재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프랑스 여행 자제 발령을 검토했으며 15일부로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파리 이외 지역에는 ‘여행 유의’인 남색 경보가 발령됐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전세계 추모물결…연예인들도 해시태그 애도 “PRAY FOR PARIS” 저스틴 비버, 휴 잭맨, 리즈 위더스푼 등 해외 유명 연예인이 SNS를 통해 파리 테러를 애도한 가운데 국내 연예인도 동참하고 나섰다. 11월 14일 뉴욕 맨해튼의 프랑스 영사관 앞에서 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양현석, 최시원, 천정명, 김나영, 리키김, 손담비, 지코, 빅뱅 태양, 슈퍼주니어 예성, 포미닛 전지윤, 시크릿 전효성 등이 SNS에 프랑스 국기와 에펠탑이 담긴 ‘프레이포파리(Pray for Paris)’ 해시태그를 달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블락비 멤버들은 트위터를 통해 “얼마 전 올랑드 대통령님을 만나 뵙고 파리 공연을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돼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가 연초 파리 공연을 했던 바타클랑에서도 테러가 일어나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 프랑스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라고 안타까움 심정을 표현했다. 홍석천도 인스타그램에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테러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서로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라는 글과 함께 해시태그를 남겼다. [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