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 장면. 사진제공=광주U대회 조직위
광주시는 지난달 16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광주U대회 기념관 건립 전담팀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다른 시도 국제대회 기념관 건립현황 공유, 향후 기념관 건립 추진방향, 기념관 건립 장소와 규모, 사업비와 콘텐츠 확보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체육행사 뒤 기념관을 건립한 곳은 대구(U대회), 부산과 인천(아시안게임) 등 3곳이다. 대구는 36억 원을 들여 기념관을 신축했으며, 부산과 인천은 기존 메인 경기장 내에 각각 22억 원과 10억 원을 들여 시설만 갖췄다.
광주시 관계자는 “여론 등을 고려해 막대한 예산을 수반하는 기념관 신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체육관에 전시 시설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관에는 광주U대회 12일간의 기록과 각종 사진, 메달, 성화, 운동복과 경기장 시설 등이 실물과 영상 등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U대회 재단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기념하고 스포츠산업을 통해 광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취지다.
U대회조직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문화관광체육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와 대회 정산을 마무리한 뒤 발기인 대회와 총회 등을 거쳐 재단설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0억 원 규모의 출연금은 대회 정산액 150억∼200억 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기념관과 재단 설립을 통해 스포츠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일부 반응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 기류도 만만치 않다. 기념관 조성 뒤 관리와 운영비 부담이 적지 않는데다 방문객이 격감할 경우 애물단지가 될 우려도 크다는 것이다. 부산과 대구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단 설립에 필요한 종자돈 확보에 정부가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은데다 취지나 목표, 향후 운영방향 등이 불분명하고 자칫 ‘자리 만들기’ 오해를 살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광주시의회가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념관 건립 후 운영, 관리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광주시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경님 광주시의원은 지난 3일 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해당 사업들은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공감대를 쌓고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한 주 의원는 “현재 국제대회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시와 인천시 대구시 3곳은 관리와 운영비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 시도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분석해 정책결정 과정에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도 “스포츠를 통한 지역 성장 동력이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론몰이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논란만 부채질할 것이다”며 “U대회에 대한 정확한 손익계산이나 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U대회 기념관 추진 T/F팀을 구성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진행사항은 전혀 없다. 만일 T/F팀을 운영할 경우 U대회 평가 후 시의회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기념관 등 추진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 시민은 “대회 기간에 발휘된 시민의식은 일상생활 속의 시민의식으로 끌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광주의 길거리는 여전히 무질서하는 등 정신적 가치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시민생활 속에 남아있지 않는 U대회를 기념하겠다고 기념관과 재단을 만드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