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인터뷰 내내 통합의 정치인 ‘경기도 연정’을 거듭 강조했다.
[일요신문] 남경필 “정치권, 그만 싸우라는 국민 말 들어야...경기도 연정(聯政)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처음 가는 길.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지난 1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대한민국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며 함께 가기 위해 연정은 계속될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한민국 정치의 실험이자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인 연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도지사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주요 공약이었던 연정을 실현시키기 위해 새누리당 출신 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부지사가 여야 할 것 없이 한지붕 아래에서 도정을 수행하는 이른바 ‘연정 1.0’이 2016년 예산연정을 통해 확대되고 있으며, 경기도와 도의회는 물론 도내 31개 시군이 함께 협력하는 ‘연정 2.0’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와 강원도, 제주도간 협력을 약속하는 광역간의 ‘연정 3.0’, 도교육청과의 ‘교육연정’, 경제민주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경제연정’까지 연정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연정은 남경필 지사의 ‘이미지 정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남 지사는 “연정은 여·야가 합심해서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이라며, 정치적 합의를 법으로 제도화해 ‘대한민국 정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인 만큼 진정성 있게 연정을 추진하여 우려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오히려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 연정이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 트리거(trigger)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남경필 지사를 통해 연정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 남경필 지사께서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실 때 우리나라에서 연정 문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정치 구조 개혁의 시동을 경기도 연정으로 시작한 것이다. 연정이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경기도가 성공 모델을 만들면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정치의 역할은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경제 활성화를 이루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그 동안 사람에 문제가 있다고 물갈이를 계속해 왔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정치 개혁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물갈이가 아니라 구조의 개혁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남 지사의 도지사 취임 이후 가장 주목받은 것 역시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된 야권과의 도정연합이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이후 약 10개월 정도 흘렀다. 그 성과와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경기도는 연정을 통해‘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였다. 정책입안 단계부터 여·야가 협의하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책 추진이 늦어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실행력은 높아졌다. 경제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정치적 불확실성이며, 도민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싸움 안하고 협력하면서 상생해 나가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적 난제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대화하고 협업하는 상생의 정치이다. 도지사로 취임하고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도지사의 권한을 내려놓는 작업이었다. 연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상생하고자 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는 냉정한 현실이고, 정치의 속성은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다. 제가 1%가 안되는 차이로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이겼는데, 모든 인사·예산권을 다 가져가면 그때부터 야당과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도지사의 권력을 야당과 나누면, 그때부터 협력이 가능해진다. 현재, 경기도는 연정을 통해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연정은 과정이자 수단인 만큼 연정으로 정치를 안정화시키고, 경제를‘선순환’시켜 도민 행복을 이루어 나가겠다.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보다 현재, 경기도 연정은 정치적 합의에 의한 것이어서 앞으로 연정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법으로 제도화되고 전국으로 확산시켜 ‘대한민국 정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 경기도 연정의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경기도가 연정 첫걸음을 내딛으며 대한민국 정치사상 초유의 도전을 시작하였다. 연정 1.0, 2.0, 3.0 등 그 동안 연정이 안착륙 할 수 있었던 것은 도청 공무원들의 노력과 도의회의 적극적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경기도 의회와의 협력인 ‘연정 1.0’으로 작년 12월 사회통합부지사를 모시고 야당과 더불어 도정을 긴밀히 논의해 나가고 있다. 연정 정책합의문(14.8월),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14.9월~) 등 ‘새로운 정치모델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3일과 4일, 시·군과 함께하는‘1박 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개최하여, 지역갈등 해결과 예산 편성 등 도-시군간 상생발전 정책 공조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시·군과 상생하는 ‘연정 2.0’을, 지난 4월 2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8월 31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경기도-강원도 상생협력’, “경기도-제주도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해 양 도의 상생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한 광역자치단체 간에 협력인 연정 3.0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22일에는 슈뢰더 前 독일 총리가 경기도를 방문하여, 경기도 의회에 참석해 “독일통일 및 연정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란 주제로 연설과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특히, ‘보통의 정치인은 다음 선거만 생각’, ‘정치지도자는 다음 세대를 생각’ 등 개헌을 통한 권력분산이 필요하며, 그것이 어렵다면 현재의 여·야가 최대한 협력하고 협력정치로 정치권 통합 및 계파의 이해관계보다 나라를 위한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인상적이었다. 지난 도지사 취임 1주년 때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한 몸, 한 마음’으로 협력할 것을 거듭 약속하기도 했다.
-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방문을 언급하셨는데,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독일과 달리 한국은 거의 양당 독식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연정을 ‘야합’이라고도 하는 안팎의 비판이 있다. 또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연정이 남 지사의 이미지정치라는 의견도 여전히 언급되고 있는데.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그만 좀 싸우고 제대로 일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요구하는 여·야가 합심해서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인 통합의 정치이다. 1%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권력을 갖겠다고 다투는 개헌 논의는 국민에게 외면 받으며, 정치권이 기득권 버리고 양보를 통해 갈등 없는 안정적인 정치를 이루면, 경제·복지가 선순환 되고 ‘국민의 신뢰’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통합의 정치인 연정의 정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를 혁신해 나가겠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새로운 정치의 모습’, 이것이 바로 연정이 추구하는 방향이자 목표인 것이다.
- 다소 원론적이지만, 남 지사가 하고 싶은 연정은 무엇이며, 앞으로 연정은 어디까지 확대할 생각인지.
요즘 경기도에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거나 몸싸움이 있다는 뉴스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우리나라 정치가 갈등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협업과 상생이라는 연정의 정신이 필요하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생각한다. 연정은 정파와 계파를 초월하여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국민의 명령’이자‘시대정신’인 만큼 앞으로 연정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혁신하고 대한민국의 스탠더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연정의 대상은 도민이 행복하고 경기도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분야든 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1년간 도의회와 연정, 교육청과 기초지자체와 연정, 광역지자체와 연정 등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앞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경제적 약자 지원’을 위한 경제연정으로 확대하겠다.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모아 대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모델을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10일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를 개소하였고, 경제민주화 포럼을 개최하는 등 우리 시장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불공정거래를 바로 잡으며, 중소기업 역량을 늘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경제생태계를 만들도록 중앙정부와 협력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고,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중심인 경기도에서 경제민주화의 성공 사례가 쌓이면, 대한민국 경제 혁신과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연정을 통한‘정치적 안정’으로‘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민선6기 종료 후‘일자리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다. 무엇보다 경기도 연정이 전국으로 확산돼‘대한민국 정치 안정화’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 트리거(trigger)가 되기를 희망한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