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A 선수를 선발할 때만 해도 박항서 감독의 기대는 상당히 컸다. 월드컵 탈락의 아픔이 꽤 깊었지만 프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내심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었던 것. 그러나 대표팀에서 보여준 A의 모습은 코칭스태프의 실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의욕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뭔가 절실함이 없는 것 같고 훈련 태도도 좋지 않다”며 A의 불성실함에 대해 지적했다. ‘오빠부대’에 둘러싸여 사인은 잘해주지만 선수로서의 날카로움을 찾을 수 없다는 비난의 소리에 A는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B선수도 코칭스태프들한테는 ‘문제아’로 통한다. 자신감과 자만심을 혼동한다는 이유 때문. ‘멀티플레이어’라는 미명 아래 원래 포지션에서 벗어나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을 오가는 것은 좋지만 그가 비운 자리는 뻥 뚫린 구멍으로 남는다. 단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 감독의 지시를 쉽게 이해하고 응용하는 장점이 돋보인다고. 한 코치는 “수비수나 미드필더는 원터치, 투터치만 해서 공격수에게 공을 넘겨줘야 한다. 자기가 골을 넣겠다고 공을 잡고 있으면 팀 망치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B가 그런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즉 논스톱으로 패스해줄 수 있는 볼을 이리 빼고 저리 빼며 시간을 끌다 보면 공격 리듬이 끊기고 상대 수비수에게 볼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
▲ 골키퍼 김용대 | ||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숙제’로 내준 파워프로그램을 등한시한 것은 물론 소집 훈련 때도 한 템포 느린 행동으로 히딩크 감독의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는 것.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소속팀으로 돌아갔지만 소속팀에서도 썩 좋은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김용대의 발탁 여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훌륭한 자질을 갖춘 선수이고 이운재, 김병지를 이을 재목감이라 외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자고 결정했고 박항서 감독과 상의 끝에 대표팀에 불러 들였지만 김용대는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근성도 책임감도 부족했고 축구에 대한 절실함도 엿보이지 않았다는 것. 김용대가 변하지 않는 한 아시안게임의 수문장 자리는 와일드카드인 이운재가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최성국(고려대)과 김동진(안양)은 비록 월드컵 스타들에 비해 인기는 떨어지지만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적극성으로 코칭스태프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최강희 코치는 최성국의 가능성에 대해 큰 점수를 줬다. “아직까지는 헤딩 싸움이나 수비력, 그리고 공간 확보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감독의 지시를 거르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맹랑한 친구다. 선배들한테도 할 말 못할 말 다 하는데도 이상하게 미움을 받지 않는 특이한 케이스다. 앞으로 ‘바람’만 들지 않는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김동진도 대기만성형이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뭔가 일을 낼 것이라는 게 축구인들의 시각. 무엇보다 사심 없는 훈련 스타일과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표팀의 훈련과 평가전을 빠트리지 않고 지켜본 한 축구인은 몇몇 대표팀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실력과는 상관없이 인기 스타가 되는 바람에 단단히 겉멋이 들었다며 개탄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제력도 없고 실력 믿고 훈련을 소홀히 하거나 어영부영, 대충대충 때운다는 사고 방식이 만연해 있다. 결국엔 꽃이 피기도 전에 지고 말 것이다.” 금메달 0순위로 뽑히는 축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이야말로 ‘본전’ 장사다. 즉 금메달이 아니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박항서 감독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이천수, 이동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