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의 김진우 선수 | ||
조용준과 김진우는 신인왕 타이틀을 두고 서로를 비교하는 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김진우는 열아홉, 조용준은 다섯 살 많은 스물넷이다. 비교에 대한 거부감은 형뻘인 조용준이 더 강하다. 조용준은 “진우와 저는 비교 대상이 안됩니다. 진우는 선발계투고 저는 마무리 투수죠. 진우는 체격이 192cm에 거의 100kg이나 나가죠. 또 걔는 7억이나 받았는데 그만큼 몸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거침없이 말한다.
조용준은 신인왕은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되기 힘들다며 구원왕에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아 김진우에게만은 지기 싫을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조용준은 순천 효천고 출신으로 당연히 연고지인 기아로 입단할 줄 알았지만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현대에 2차 지명됐었다. 입단 당시의 서운함 때문인지 조용준은 ‘기아전에 더욱 열심히 던지겠다’는 말을 해 오해를 샀다. 흥분한 일부 기아팬들이 ‘건방지다’며 성토를 했던 것. 또 경위를 해명하느라 기아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자 이번에는 일부 현대팬들이 ‘기아로 가라’는 반응을 보여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기아 얘기를 묻자 조심스레 대답하는 것은 이 때문일까. “뭐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지금은 아니에요. 이제 저만을 위해 공을 던집니다.”
조용준은 작은 체구에 비해서 언제나 활달하다. 그는 신인이라면 약간 조신할 법도 한데 처음 데뷔 때 ‘노랑머리와 중형세단’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스포츠카 자랑에 정신이 없다. ‘야구와 사생활은 별개다’라는 신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는 “경계가 분명한 만큼 구장에서는 차분하다”며 “나를 ‘경우없는’ 사람으로 보는 팬들이 가끔 서운하다”고 한다.
조용준의 별명은 조슬라이더. 현대팬들이 직접 투표로 공모해 지었다. 그만큼 그에게서 슬라이더를 빼면 허전하다. 특히 바깥쪽 슬라이더가 장기다.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구속이 1백40km에 육박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알고도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특별히 이런 구질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죠. 그냥 타고난 거죠”라며 은근히 자신의 천재성을 뽐내기도 한다. 조용준은 이 공이 타자에게 익숙해질 것을 대비해 새로운 코스의 슬라이더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항상 여우같이 한 발 앞서 대비하는 그에게서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 현대의 조용준 선수 | ||
그러나 ‘7억짜리 팔’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김진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김진우가 등판할 기회는 앞으로 많아야 2번. 최고 12승이나 13승 정도를 한다면 목표달성이다. 그렇지만 한동안 발목부상과 컨트롤 난조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때 가장 부담이 되었던 것이 ‘7억원짜리’라는 말. “프로무대로 가면 재미있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돈’이라는 것이 끼니까 정말 힘들데요. ” 그는 지금은 100kg이 넘는 헤비급 몸무게로 인한 부상으로 팀에 미안하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의 에이전트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김진우를 탐냈다. 시애틀에서는 23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살이 20kg나 빠지는 고민 끝에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고 한다. 자신의 연고지인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 해태의 검은색 빨간색 유니폼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해태로 왔을 정도다. 그러나 해태가 기아로 바뀌어 좋아하던 유니폼은 막상 못 입어 보는 불행(?)을 겪기도 했다.
김진우는 보통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알려진 자신의 성격에 대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사실 그는 고등학교 때 하늘 보고 손에 키스하는 것으로 유명한 ‘메이저리거’식 세리머니를 했었다. 고교야구 시절 자신의 락커도 우승 트로피로 항상 화려하게 장식을 했었고 액세서리도 화려한 것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스갯소리도 못하고, 그냥 묵묵하게 있어야 한다.
워낙 기아가 군기가 센 탓도 있지만, 최근 김진우가 어두워진 것은 비단 야구만이 아니다. 지난 12월에 돌아가셨던 어머니 때문이다. 거기다 사랑하는 또다른 두 사람이 같은 시기에 세상을 떴다. 김진우는 “모자간의 정이 남달리 두터워 드라이브도 잘했다. 일본 전지훈련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 전화통화를 했다. ‘진우야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때 신인이라 사람들 눈이 많아 아무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전화였다”며 울먹거리며 큰 몸집을 들썩였다.
김진우는 최근 들어서 발목부상도 문제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롯데전에서는 살아나는 듯하다 두 번째 롯데전에서는 2이닝도 못 버티고 무너졌다. 몸 상태도 문제이지만 초기의 강렬한 루키 이미지가 많이 퇴색돼 신인왕 경쟁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 김진우 자신은 “프로 초년생이니까 힘든 거죠. 적응하면 스트레스는 좀 없어지겠죠”라며 “아직 좀 힘들지만 그래도 신인왕은 제 거예요”라며 곰 같은 몸집을 마운드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