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얘기가 나오니까 생각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원래부터 야구선수는 싸움을 잘한다. 왜냐하면 눈이 좋고 빠르다. 상대 주먹에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주먹을 뻗는 힘이 엄청나다. 어려서부터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운동, 즉 팔을 뻗는 운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펀치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야구 선수 주먹에 제대로 한방 걸리면 상황이 종료되는 거다.
그때가 95년일 거다. 필자와 다른 팀 선수 몇 명이 겨울 휴가를 이용해 서울에서 뭉쳤다. 모처럼 편안하게 모인 자리라 허리띠 풀어놓고 퍼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구석진 자리에서 갑자기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지들끼리 “죽여, 뽀개”하면서 난리가 났다. 그 가게는 꽤 넓은 카페였는데 순식간에 그 많던 손님들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모처럼 좋은 자리를 망쳐놓은 그 인간들을 향해 ‘뚜껑’이 확 열려버렸다. 그때 K와 Y선수가 천천히 일어나서는 “야! XX들아, 느그들 땜씨 허벌나게 좋은 자리 거덜나 부렀다. 느그들 쪼까 혼 좀 나뿌려야 겠는디” 하면서 6명을 가볍게 정리해버렸다. 우리들은 그냥 앉아서 ‘하이 파이브’만 하면 그만이었다.
94년 겨울이다. 그때도 시즌 끝나고 10일간 휴가를 받았을 때다. 장소는 그 지역 최고의 나이트클럽이라고 소문난 S클럽을 친한 후배 3명과 함께 찾았다. 한참 놀고 있는데 담당 웨이터가 급히 달려오더니 H선수가 제대로 된 조폭 3명과 싸움이 붙었다고 알려줬다. 우리는 별의별 상상을 다하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H는 그 3명의 건달들을 ‘아작’내고 있었다. 몸놀림이 어찌나 재빠르던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했다. 우리는 제 정신이 아닌 H를 진정시키고 사태를 수습하려는데 출입구 쪽으로 조폭 식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순간 여기서 살아나가긴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H를 비롯해 우리 주위를 빙 둘러싸던 조폭들 중 맨 앞에 서 있던 ‘한덩치’가 갑자기 “어, 형님, 오래간만입니다”하며 꾸벅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H하고는 죽고 못사는 의형제 지간이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날 얻어터진 3명중 1명이 H를 향해 “XX놈 운동 선수가 술이나 쳐먹고 돌아다니냐”며 성질을 건드렸던 것. 처음에 H는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머리까지 쓰다듬으며 “나이도 어린 놈이 얼른 집에 들어가라”며 ‘명’을 재촉하더라고. 이 말을 들은 ‘한덩치’는 그 3명을 불러내서는 H가 그들보다 세 살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P는 덩치도 작고 얼굴도 곱상한 편이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하루는 바람을 쏘일 겸해서 한강 둔치로 둘이 드라이브를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P가 화장실을 간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길래 화장실 쪽으로 가봤더니 원효대교 밑에서 ‘퍽퍽’ 하는 소리가 났다. 가까이 가보니 P가 2명과 싸우고 있었는데 아니, 2명을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었는데, 사연인즉슨 화장실 가는 P를 붙잡고 돈을 뺏으려고 했다가 오히려 치료비만 왕창 쓰게 됐던 것이다.
SBS 해설위원 이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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