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야구에 몸담고 있는 프로선수들의 생활은 그리 과학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의외로 징크스와 점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며 일희일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확률과 데이터를 믿기보다는 역술인과 부적을 더 선호하는 선수들. 역술인의 ‘자문’을 통해 향방을 결정하며 예고된 불행을 미리 조심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지만 과연 그 ‘자문’과 부적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걸까.
프로야구 선수들도 분명 점에는 관심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자라는 것 때문에 먼저 적극적으로 달려들기보다는 친지나 부모, 아내 등 가족들이 먼저 유혹(?)해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반면 신세대 선수들은 점보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연인 또는 부인 손을 잡고 점집에 들어간다. 다만 무슨 무슨 보살이라든지 신점을 보는 곳이 아니라 서울 압구정동이나 대학로를 찾는다는 게 특이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사주카페가 바로 신세대 야구선수들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곳. 수심 가득한 얼굴로 일반 점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부담 없이 차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다.
두산의 J선수는 사주카페에 들렀다가 ‘강에 물이 마르지 않듯 돈이 마르지 않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소리를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선수에 따라 관심사도 달라진다. 올 시즌 성적을 미리 찍어 달라는 직설파가 있는 반면, 재운이나 사업운(?) 등으로 돌려서 물어보는 우회파도 적지 않다. 성적이 곧 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후자는 점잖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또한 미혼인 선수들은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아 이성운이라든지 결혼운에 대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다고.
아내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점도 신이 내린 보살점이냐, 아니면 생년월일을 풀어나가는 사주냐로 확연히 구분된다고 한다. 대개는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운세를 보러 가게 된다. 선수들이 시즌 초에 들르는 이유는 한 해에 대한 운세풀이를 총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왠지 갖고 있으면 든든해지는 부적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
가장 인기 높은 부적은 ‘부상당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성적을 좋게 해 달라’는 것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는 원정경기로 이동이 잦다 보니 교통사고 방지 부적도 아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시즌중에 점을 보러 가는 경우도 있다. 주로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답답한 심정으로 찾게 되는데 이런 경우엔 거의 부적을 받아오기 마련.
K선수는 ‘유독 몸이 좋지 않아 부적을 하나 받아와서 유니폼을 두는 옷장에 함께 놓아두었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넘길 수 있었다’며 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점보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선수들도 의외로 많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여름엔 물조심, 겨울엔 불조심’ 같이 뻔한 소리를 듣기 때문에 괜히 안좋은 소리 들으면 좋은 컨디션도 나빠질 수 있다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그래도 가족들이 자신의 점을 보러갈 때는 말리지는 않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다는 점이다. 역술에 대해선 전혀 관심 두지 않을 것 같은 감독들도 가끔 역술인들을 찾는다. K감독은 점과 함께 기(氣) 치료능력까지 가능한 곳을 찾아 기가 듬뿍 담긴 부적을 받아오는 걸로 유명한데, 과연 올해 어떤 성적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김남용 스포츠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