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전 금감원장(좌)과 임태희 전 MB비서실장(우)
[일요신문]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 원장과 임태희 전 청와대비서실장(현 한국정책재단 이사장)이 성남시 분당에서 만났다. 이날 대면은 임태희 전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의 정책포럼 참석차 마련됐지만, 이들이 함께 한 모습만으로도 성남 정가의 눈이 쏠렸다. 분당지역 외의 여당인사들과 정계원로들도 대거 참석한 가운데 권혁세 전 원장은 지방행사 차 먼저 자리를 뜨면서 둘사이의 특별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경쟁에 뛰어 들 것으로 보이는 권혁세 전 원장과 임태희 전 장관은 각각 분당 갑, 을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은 같은 새누리당의 이종훈 의원과 전하진 의원이다. 이종훈 의원은 친 유승민계이고, 전하진 의원은 친박성향이다. 공교롭게도 권혁세 전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정책 파트너인 친박 성향이며, 임태희 전 장관은 대표적인 MB인사로 비박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친박vs비박’의 크로스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성남 분당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새누리당까지 여당의 강세 지역인 만큼 이들의 공천경쟁이 총선의 본무대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의원과 전하진 의원은 재선을 사실상 선언한 상태이며,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권혁세 전 원장과 임태희 전 장관은 각각 사무실을 준비하고 정책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사실상의 공천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이다.
여기에 총선을 준비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들 역시 여당의 선수들에 비해 대외인지도나 이슈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분석에 따라 여당의 후보경쟁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자칫 새누리당에게 공천 경쟁부터 선거분위기 등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총선을 맞이하는 우려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선거 당시 야당의 약세지역인 분당에서 지지율이 높았으며, 지난 4.27 재보선에서 최고 흥행작이었던 손학규 전 고문의 승리가 다시 재연될 기대 등 이번 총선에서는 야당의 승리를 점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과 손학규 전 고문은 대외인지도와 정책제안에서 현 야당의 인사와는 차원이 다르며,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분열과 여러 번의 선거에서 패한 야당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기에 안주하거나 편승하는 정략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여당 역시 지난 재보선에서 당선 확실 지역이라는 안도 속에 벌인 강재섭 대표와 정운찬 총리간의 친이·친박 계파간 ‘먹이 싸움’ 양상에 유권자의 비위를 거스른 점 등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인물론’을 중시하는 현 분당 민심에 단순한 ‘지역 일꾼론’으로는 2조원 재원과 100만 첨단도시 성남시의 ‘천당 아래 분당’에게는 그릇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신흥 정치 일번지 ‘분당’에 등장한 선수들의 입장 속에 내년 총선 분당지역에 대한 관심이 지역정가는 물론 여야전체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