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지금. 같은 항도 부산에서 이번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월드컵을 불과 몇 달 전에 치러낸 탓에 아시안게임은 스포츠강국 코리아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뒤집어지고 말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의 전격적인 참가가 모든 것을 바꿔놓은 것. ‘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의 전력을 미리 살펴봤다.
북한은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총 6백60명의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다. 하지만 응원단이 선수단(3백5명)보다 많은 3백55명이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는 1백68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실제로는‘대규모’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는다.
▲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유도 52kg이하급 에서 동메달을 따낸 북한의 계순희가 환하게 웃 고 있다.[연합뉴스] | ||
따라서 이번에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은 모두 공화국의 종목별 스타플레이어거나 큰 기대주로 보면 된다. 체조와 역도, 유도, 사격 등이 북한의 주요 메달밭이며, 계순희(여자유도 52kg급) 리성희(여자역도 58kg급) 리금숙(여자축구) 김현일(남자체조 안마) 등이 지켜볼 만한 스타플레이어다.
계순희는 96애틀랜타올림픽 48kg급에서 일본의 유도 영웅 다무라 료코(일본)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해 세계 유도계를 경악시켰다. 당시 올림픽 최대의 이변. 계순희는 체급을 올리고도 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01 세계선수권대회를 잇달아 제패했다. 아직 전성기로 북한의 인공기를 휘날릴 대표적인 선수다.
또 북한 여자 유도의 차세대 주자 리경옥(48kg급)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다무라에게 패했지만 주목할 만한 다크호스. 여자 역도의 리성희는 시드니올림픽에서 국제경험 부족으로 아쉽게 은메달에 그치자 북한선수단 전체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자다.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 확실시된다. 또 지난 4월 아시아주니어선수권서 인상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운 48kg급의 최은심도 떠오르는 스타플레이어다. 구기종목에서는 전통의 여자탁구와 세계 정상권의 여자축구가 강세다.
탁구는 에이스 김현희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최강 중국에 이어 준우승을 달성했을 정도로 금메달에 바짝 다가서 있다. 여자복식의 김현희-김향미조와 단식의 김현희는 메달 색깔이 문제일 뿐.
2001아시아선수권에서 세계최강 중국과 일본을 연파하고 우승한 여자축구도 최근 월드컵 열기와 함께 남쪽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선수권 득점왕(15골) 리금숙과 진별희, 조성옥 등은 남자 못지 않은 활기찬 플레이로 아시아 스타로의 도약이 유력하다.
집중 육성 종목인 사격에서는 박남수(남자 서키트 단체)가, 체조에서는 ‘제2의 배길수’로 불리는 김현일과 베이징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 뜀틀 금메달리스트 손은희가 금 사냥에 나선다. 참고할 점은 99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인민체육인’을 넘어서는 ‘공화국체육인’의 칭호를 만들어낸 정성옥(은퇴)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의 깜짝 스타 출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스포츠 전문기자로 유명한 일본 <조선신보>(조총련계 신문)의 천귀유 기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화국에는 국제무대에서는 무명이지만 엄청난 훈련으로 세계 정상권의 기량을 갖춘 신예가 많다. 특히 사격 체조 격투기 등의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철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