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이관우는 “가끔 들러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월드컵 스타들만 띄우는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종현 기자 | ||
비록 태극전사들의 인기에 그들의 존재 자체가 미미해졌지만 인기의 거품보다는 영양가 있는 플레이로 큰 몫을 해내고 있는 것. 축구 열기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들과 함께 뛰고 생활하며 겪는 ‘마이너’들의 잔잔한 애환들을 모아보았다. 사실 축구팬 입장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어쩌면 월드컵 4강이라는 선물을 안겨다 준 귀하신 몸(월드컵 스타)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하고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는 것이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도 부합되는 것인지 모른다.
▲ 고종수 | ||
하지만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K-리그로서는 자칫 몇몇 선수들에게 치중된 과부하가 다른 선수들에게는 심각한 피해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월드컵의 기쁨이 큰 만큼 다른 국내 선수들이 받고 있는 상처 또한 깊어지고 있는 것. 해외 진출을 목표로했던 월드컵 스타들이 한두 명씩 빠져나갔을 때 정작 K-리그를 지켜줄 선수들은 따로 있는데 과연 그때에도 지금과 같은 열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현재 프로 선수들 대부분은 월드컵의 성적과 그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땀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 비쇼베츠 사단의 스트라이커로 현재 정규리그에서 득점 선두를 다투고 있는 우성용(부산)은 “분위기가 월드컵 스타로 흘러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K-리그에서 꾸준하게 성장해온 성실한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로서는 힘 빠지는 게 사실”이란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덧붙여 그는 “월드컵으로 국내 프로축구의 붐이 일어났기 때문에 월드컵 스타들의 공로를 인정해야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그들을 보는 기준은 다른 것 같다”며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피해 의식의 실체를 시인했다.
▲ 우성용 | ||
허정무 사단의 방황아로 이번 시즌부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신병호(전남)도 “때로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진행되는 것 같아 이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초특급 월드컵 스타 김남일과 같은 소속이다 보니 동료로서 느끼는 감정도 궁금한 게 사실. 신병호는 “대부분의 동료들이 남일이를 부러워하지만 오히려 안쓰러워하는 면이 더 크다”면서 언론이 만들어 가는 선수의 연예 상품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차범근 감독에 이어 허정무 감독 아래에서도 황태자 대접을 받았던 고종수(수원)는 월드컵 스타의 인기 비결을 월드컵에서 멋진 플레이를 팬들 앞에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의 도리”라면서 “언론이 오버만 하지 않아도 K-리그의 균형적인 발전은 가능할 것”이라고 ‘냄비언론’에 실망감을 내비쳤다.
부상에서 회복하며 그라운드로 돌아온 이관우(대전)도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출했다. “특정 선수만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느냐. 스타가 없는 팀으로서는 가끔 들러리가 되는 듯한 기분도 느낀다”며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아깝게 히딩크호에 탑승하지 못했던 심재원(부산)은 1년 전과 비교해 관중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부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축구보다는 선수 얼굴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K-리그의 발전을 원하는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한 단계 성숙된 모습으로 축구 자체를 즐기며 관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