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현 | ||
네 명 모두 한국 골프의 세계 제패를 주도하는 스타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이들 네 개의 물건이 무슨 유사점이 있는지 골프 전문가들조차도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다. 정답은 태극기. 6월 한반도를 열광시켰던 ‘대∼한민국’ 열풍으로 친숙하게 된 태극기가 네 개의 물건에 모두 새겨져 있는 것이다.
걸어다니는 한국 광고판 최경주
필드의 태극사랑이 화제가 된 계기를 만든 것은 최경주(32•슈페리어)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2000년 미국진출 때부터 태극기가 새겨진 캐디백을 사용했다. 또 얼마 전부터는 골프화 뒤쪽까지 태극기를 넣었다. 전 세계로 중계되고 엄청난 노출 효과가 있는 미PGA 무대에서 플레이 할 때 생각보다 카메라에 신발이 많이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취한 조치였다.
최경주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5월 컴팩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크게 부각됐다. 한국은 물론, 외신기자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처음에는 새로운 골프용품사의 마크로 오인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최경주의 우승으로 코리아의 국기임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제 LPGA는 한국이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급성장을 이뤘고 PGA도 최경주의 돌풍으로 판도가 변화고 있다. 태극기와 함께 코리아돌풍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유병철 스포츠투데이 기자
▲ 박세리 | ||
행운을 부르는 태극마크 김미현
김미현(25•KTF)이 한국 여자 골퍼들의 3주 연속 우승 중 2승을 올리며 선전한 데에는 남다른 태극 사랑이 깔려있다. 원래 김미현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워낙 투어 생활이 고달프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해서 그렇지 골프를 안했으면 한 번쯤 화가의 길에 도전했을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 ‘땅콩’의 그림 그리기는 고국이 ‘대∼한민국’ 열풍으로 한창이던 6월 태극 사랑으로 이어졌다.
여기저기에 태극기를 그리던 습관이 골프공으로 옮겨지면서 본격화됐고 급기야는 ‘타이틀리스트(김미현이 사용한 볼 상표)’ 란 볼이 탄생한 것이다. 김미현은 시즌 2승을 거머쥔 웬디스챔피언십 때는 태극기가 그려진 볼을 직접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태극기와 함께 성적이 좋아지자 김미현은 브리티시여자오픈대회가 있기 전 용품 후원사인 ‘핑’사에 태극기가 그려진 캐디백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캐디백에다도 태극기를 새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도착한 캐디백에 태극기가 거꾸로 달려 있었다.
가방을 만드는 외국 사람이 태극기의 모양을 잘 몰랐던 것. 부랴부랴 다시 제작된 캐디백이 브리티시여자오픈대회가 열리기 직전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그러나 거꾸로 달렸던 태극기의 심술 때문인지 성적은 하위권에 그쳤다. 어쨌든 김미현은 당분간 필드의 태극사랑을 계속할 계획이다.
‘붉은악마’될 뻔했어요 박세리
박세리(25•테일러 메이드)가 고국에서 하계휴가를 즐기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참가를 위해 출국했다. 출국 하루 전 박세리가 기자에게 한 말. “한국의 월드컵 경기는 모두 봤어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즉시 한국으로 날아와 붉은악마들의 응원에 동참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죠. 어쨌든 마음이 고무돼 주변에 부탁을 해서 붉은악마 티셔츠를 구했어요.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었죠.
▲ 박지은 | ||
그런데 하필이면 티셔츠 사이즈가 작은 거예요. 아쉽더라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그 티셔츠를 입고 대회에 나갈 생각이에요.” 박세리는 월드컵 열기가 한창일 때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티셔츠의 사이즈만 맞았다면 멋있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는 데 아쉬운 대목이다.
“I am Korean”박지은 박지은(23)의 애국심도 만만찮다. 박지은은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사춘기를 보냈다. 골프뿐 아니라 민감한 성장기를 미국에서 보낸 탓에 누구보다 따돌림과 인종차별에 대한 설움을 많이 겪었다. 미국의 모든 여자 주니어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골프를 잘 쳐 보통의 유학생들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정체성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됐다.
박지은은 여전히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주니어 시절 항상 캐디백에 태극기를 새기고 다니며 ‘코리안’임을 확실히 했다. 프로 데뷔 후에도 가장 먼저 태극기가 그려진 캐디백을 들고 다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