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가 최강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를 승리 로 장식하면서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났다 [대한매일] | ||
이 인터뷰 내용을 받아서 니칸 스포츠는 ‘박찬호가 이라부와 동료가 되면서 커브를 가르쳐주고 포크볼을 배워, 이날 양키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보도를 했다. 그렇다면 과연 박찬호는 포크볼을 새로운 레퍼토리로 장착한 것일까? 올시즌 유난히 비밀이 많은 박찬호는 최근 포크볼을 경기에서 구사하느냐는 질문에 “포크볼은 던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포크볼 연습은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답을 회피하며 “시즌이 끝나면 이야기하겠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우선 실전에서 과연 박찬호가 포크볼을 사용하느냐의 의문은 현재로서는 ‘아니다’라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부쩍 공의 떨어지는 움직임이 좋아지고, 사용 빈도수도 눈에 띄게 늘어난 체인지업을 포크볼로 착각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신빙성이 높다.
사실 박찬호는 빠른 스피드의 커브인 ‘파워 커브’가 종종 전문가들에게조차 슬라이더로 인식될 정도라, 체인지업을 포크볼로 착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를 포크처럼 넓게 벌려 공을 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역시 거의 유사한 구질이다. 이 공은 강속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다가, 과장을 보태면 막판에 90도로 공이 떨어지게 된다. 포심 패스트볼보다는 구속이 떨어지지만 타자들이 직구로 생각하고 방망이를 휘두르게 돼 있어 제구력만 갖춰지면 무서운 무기가 된다. 레인저스의 이라부, 다저스의 노모, 마리너스의 사사키 등 일본 투수들이 특히 포크볼을 많이, 그리고 제대로 구사한다. 박찬호가 포크볼을 연습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투수들이라면 동료 투수들이 던지는 구질에 당연히 관심이 많다.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톰 캔디오티의 너클볼을 동경했고, 너클볼이 장기인 찰리 허프 투수 코치에게 너클볼을 가르쳐달라고 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슬로우 커브볼은 토미 라소다 전 감독에게 배웠고, 체인지업은 데이브 월라스 투수 코치에게 본격적으로 배웠다. 그 외에도 동료들과 캐치볼을 할 때면 자신의 커브볼과 체인지업은 물론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구질들도 던져본다. 심지어 마이너리그 시절 첫 스승인 버트 후튼의 너클 커브도 욕심을 내 배웠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박찬호가 올 시즌 포크볼을 구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앞으로 신무기로 등장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노모와 옆자리를 쓰던 다저스 시절에 박찬호는 노모로부터 포크볼을 배우고 싶어 했다. 당시 노모의 대답은 “내가 너처럼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면, 계속 강속구로만 승부를 하겠다”며 포크볼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당시 박찬호의 포심 패스트볼은 스피드건에서 1백55km를 쉽게 찍어냈었다. 스카우트 리포팅북에서는 1백60km를 넘나드는 박찬호의 공을 ‘악마와 협상을 해서라도 바꿀 만한 뛰어난 구위’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 시즌 박찬호의 최고 구속은 1백51km에 머무르고 있다. 허벅지 부상과 지난 시즌 허리 통증의 후유증, 슬럼프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박찬호의 강속구 구속은 확실히 떨어졌다. 1백53∼1백57km를 오르락내리락하던 포심 패스트볼이 1백50km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1백50km를 넘던 투심 패스트볼은 1백45km 수준으로 떨어졌다. 커브가 워낙 뛰어나고, 체인지업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패스트볼의 구속을 되찾지 못한다면 신무기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수 있다. 챨리 허프 코치가 너클볼을 가르쳐달라는 박찬호에게 “30대에 접어들어 강속구의 구속이 떨어진다면, 그때 다른 구질을 생각하라”는 말을 한 바 있다.
박찬호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강속구의 구속을 되찾아 다른 구질의 필요성조차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살아남기에는 참 애매한 속도가 1백50km대 초반이다. 앞으로도 강속구의 스피드가 이 수준에 머문다면 새로운 구질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포크볼이 가장 바람직한 신무기가 될 수도 있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